급전으로 버티는 기업들.. 단기부채 20%, 제2금융권 대출 30% 증가

최형석 기자 2022. 10. 1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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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공시된 상장사 750곳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 80% 넘고
재고 증가폭은 외환위기후 최고
"대기업 60% 이자 못갚을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간을 긁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매출 하락, 재고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만기 1년 미만 단기 부채가 늘고,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 부채의 질(質)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재무 지표가 공시된 750개 기업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806조6000억원으로 1년 전(700조7000억원)보다 15.1%(105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만기 1년 미만 단기 부채가 391조2000억원에서 469조8000억원으로 20.1%(78조6000억원)나 불어났다. 만기 1년 이상 장기 부채는 309조5000억원에서 336조800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만기가 짧은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들이 기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상환 기한을 짧게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기업 대출 잔액은 508조2000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6월 말(388조원)보다 31%나 늘었다. 반면, 은행 대출 잔액 증가율은 10.5%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자본 시장에서 채권을 찍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작년 상반기 110조1000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96조1000억원으로 13% 줄었다. 금리가 올라 채권으로 자금 조달하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 8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8차례 인상돼 연 0.5%에서 3%까지 급등했다.

기업들의 단기 부채가 늘어났지만, 상환 능력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작년 상반기 7.6%에서 지난 상반기 7%로 0.6%포인트 낮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감소 폭이 1.5%포인트로 커진다.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은 작년 6월 말 77.7%에서 지난 6월 말에는 82.5%로 커졌다.

재고도 쌓이고 있다. 기업 재고 자산은 작년 상반기 말 95조5000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말 130조8000억원으로 37%나 급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재고 지수는 작년보다 18% 높아져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 이후 26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거시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재무·전략 담당 고위 임원들은 “반도체·IT 제품의 국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소비 위축→재고 증가→매출 하락→생산·투자 감소→부채 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한계 기업’의 비율이 지난해 14.9%에서 올해 18.6%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이 큰 회사 1000곳의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지난 12일 한은의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다 못 갚는 ‘취약 기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적극적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확대로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위기 대응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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