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엔화 약세에 '제2의 외환위기' 우려..中日시장 개입 나섰다

신정은 2022. 9. 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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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압박-블룸버그
"엔화 달러당 150엔 깨지면 '트리거'"
인민銀, 외환위험준비금 비율 높여
日추가 개입 시사.."투기세력 대응"

[이데일리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장영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이후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시아 국가가 금융위기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 주요 통화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모두 폭락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냈고, 일본도 조만간 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엔화 달러당 150엔 깨지면 亞 자금 이탈 가능성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급락으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BNY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 지수 가중치 4분의 1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엔화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두 화폐는 아시아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최근 엔화는 달러당 145엔까지 올라(엔화 가치는 하락) 2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며 2년래 최저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6일에는 인민은행이 발표하는 기준환율 마저 7위안대를 돌파했다.

(사진=AFP)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의 무역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엔화와 위안화가 모두 폭락하면서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1997년 외환 위기처럼 대규모 자금이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증권 경제·전략 책임자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아시아 무역과 투자에 있어 아시아 통화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아시아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손실이 커지면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이무르 바이그 DBS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환율 위험은 금리보다 아시아 국가에 더 큰 위협”이라며 “아시아는 대부분 수출국이라서 막대한 부수적 피해가 없더라도 1997년이나 1998년(외환위기)의 재현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만성 디플레이션(물가 수준 장기간 하락) 상태에 빠져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없고,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 맞서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 수석 통화 전략가인 짐 오닐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와 같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1997년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본이 아시아에서 대거 이탈하는 트리거(방아쇠)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려 1990년대 후반보다 더 강력해졌지만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민銀, 외환위험준비금 비율 높여…日추가 개입 시사

시장 내 우려가 커지자 이날 중국과 일본 당국이 모두 움직였다.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 선물환에 대해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이달 28일부터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외환위험준비금은 금융기관이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이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기대치를 안정시키고 거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환거래 비용 거래 부담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중국은 위안화 약세에 대처하기 위해 2015년 8월 31일 외환위험준비금 제도를 도입해 20%로 설정했으며 그 이후 환율에 따라 그 비율을 조정해왔다.

우차오밍(超超明) 재정신용연구원 부원장은 “이는 환율 예측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방출하는 것”이라며 “또한 위험준비율 인상은 위안화 공매도 세력을 타격하는 데 도움이 돼 환율이 안정되고 합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위안화는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7.16위안대에서 움직이다가 인민은행의 조치가 발표된 이후 7.15위안대로 다소 회복됐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사진= AFP)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한데 이어 이날 추가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투기성 거래로 인한 최근의 급격한 일방적인 시장 움직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경제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엔화 가치와 정부의 시장 개입 등에 대해 연설했다. 엔화는 지난 22일 달러당 145엔까지 올랐다가 정부의 개입 발표 이후 140엔대로 회복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143엔대에 거래됐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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