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장애인 기업의 '파산 위기'..33년의 도전 무너지나
[앵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사업장의 상징이던 정립전자가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장애인 수백 명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생산 라인.
공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얼핏 보면 보통의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생산직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일할 능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근로 사업장'.
이곳은, 1989년부터 그걸 시도해 왔던 '정립전자'입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그 당시에는 미래가 좀 보였죠. 내가 계획을 세워도 '아, 이건 할 수 있겠구나'. 결혼한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며 한때 연 매출 4백억 원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사세가 기울더니, 지난해엔 매출액이 40억 원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경영난은 코로나19 동안 더 심해졌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마스크 사업까지 확장했지만 큰 손실만 입었습니다.
올 들어 임금까지 체불 되면서, 최대 2백 명에 가까웠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사원/25년 근무 : "최저임금이라도 나와서 저희가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저희는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지로 30여 년을 버텨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성관/생산관리부 부장/23년 근무 : "다른 기업들처럼 똑같이 일을 해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게 목적이거든요. 저희랑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물량을 좀 주셨으면..."]
정립전자는 서울시에서 장애시설 지원금 8억 원 정도를 받지만, 부채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징성만으론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잘 버티면 올해까지는 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 못 받으니까 직원들도 다 그만두잖아요."]
평생을 한 일터에 바쳐왔던 장애인들은, 이곳 말고 어디서,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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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 기자 (yes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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