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웨이퍼 300m 쌩쌩..바이든 놀란 삼성 평택공장 가보니

고석현 입력 2022. 9. 7. 19:37 수정 2022. 9. 15. 16: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철근으로 프랑스 파리 에펠탑 29개를 짓고도 남습니다. 건물 길이가 640m니까 잠실 롯데타워(높이 555m)를 눕혀놓은 것보다도 길지요.”

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지난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P3라인(제3공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입구에서는 건물 끝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취재진에게 평택캠퍼스 내부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내했던 그곳이다. 평택캠퍼스 사무2동 로비에는 두 나라 정상이 서명한 세계 첫 3㎚(나노미터)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무2동 1층 로비에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당시 서명했던 세계 최초 3㎚(나노미터) 웨이퍼가 전시돼있다. 평택=고석현 기자


P3는 현재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를 투입하면서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웨이퍼가 칩으로 만들어지는 데까지 90일가량 걸린다. 공장은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미세공정 조건을 제어하는 ‘클린룸’ 크기만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당연히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이다.〈도표 참조〉

지난해 5월 착공해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했으니 삼성의 ‘반도체 속도전’이 얼마나 빠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최신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2년여가 걸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 평택=고석현 기자


경계현 사장은 “평택캠퍼스는 업계 최선단의 14㎚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 이하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모두 생산되는 복합단지”라며 “반도체 생산은 물론 친환경 사업장 구축 등을 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평택시 고덕면 289만㎡ 부지에 평택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부지만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다. 총 6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인데 1라인(P1)은 2017년, 2라인(P2)은 2020년부터 제품을 출하했다. 이곳에서만 임직원 1만1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최신 설비를 도입해 자동화율도 높였다. 이날 P1 라인을 취재진에게 보여주면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장 레일의 OHT(웨이퍼 자동운송장치)가 분당 300m를 이동한다”며 “평택캠퍼스에선 100% 자동화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 클린룸 내부 모습. 천장레일의 OHT가 분당 300m 이동하며 만들어진 웨이퍼를 24개씩 다음 공정으로 옮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에선 제4공장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평택=고석현 기자


P3 바로 옆 부지에선 제4공장(P4) 착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타워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바닥과 기둥 공사를 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P4의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택캠퍼스에는 공사에 투입된 인력만 6만 명이 넘는다.

경 사장은 이날 반도체 시장 전망과 인수합병(M&A) 전략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겨울(불황)’이 오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그는 “내년에도 좋아질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연구개발(R&D)과 신규 팹(공장) 투자를 늘려 격차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반도체기업 M&A 가능성에 대해선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M&A 대상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고, 많은 진척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대해선 향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 사장은 “첫 제품을 만든 뒤 지금은 2세대를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들이 2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내년 말쯤이면 우리 파운드리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둘러보던 중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를 추격 중인 삼성은 좀처럼 반전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3%로 TSMC(53.6%)의 격차가 37.3%포인트였다. 지난해 4분기(33.8%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경 사장은 “선단 노드 공정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고, 주요 고객 (확보)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 매출 1등이 아닌 내용적으로 1등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이었다. 경 사장은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한다. 미국과의 협조적 관계를 통해 우리도 발전하고, 미국의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택=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