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태풍 질문만' 제한에 기자들 "하고싶은 말만 하나" 비판
약식문답서 대통령실 인적 개편 질문 자르고 "언급않겠다, 태풍만…"
이틀전에도 '힌남노 말씀만 받겠다'
"일방적 통로로 변질돼" "질문 제지 지나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실 인적 개편 질문을 중간에 자르고 태풍에 대한 질문만 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 로비에서 출근길 약식문답을 통해 “역대급 태풍이 지나갔다”며 “포항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침수된 차량을 꺼내기 위해서 주민들이 들어갔다가 이런 참사를 겪게 돼서 정말 대통령으로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젯 밤에 기적적으로 두 분이 구출이 돼서 생명과 삶의 위대함과 경의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다”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포항에 가서 이재민과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피해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한 출입기자가 '대통령실 인적개편이 그 최종 라인이…'라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이 돌연 오른 손을 들어 질문을 끊고 “그 얘기는 제가 언급하지 않겠다”며 “태풍과 관련된 것만 질문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다른 기자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거나 이재민에게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고 질문해 윤 대통령이 “포항의 경우 일견 보더라도 선포가 가능한 지역으로 보입니다만 최대한 빨리 절차를 밟아 선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재난지원 필요한 교부금 등을 오늘 제가 가서 보고 즉각적으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들어갔다.
윤 대통령의 태풍 이외의 질문 제한은 이틀 전 출근길 문답에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출근길에 “재난 상황을 실시간 보도해서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우리 언론도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오늘 내일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런 '힌남노'에 관한 말씀만 받도록 하겠다”고 제한했다. '퇴근 안하고 상황 챙기느냐'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오늘은 제가 비상대기를 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남동 관저 입주는 추석 전후 언제 하느냐'고 다른 기자가 묻자 윤 대통령은 발길을 돌리면서 “글쎄 뭐 관저가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요. 나중에 얘기하시죠”라고 답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답변 태도에 기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A언론사 출입기자는 7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 대화에서 “모두발언 먼저 하고 질문 1-2개만 받기 시작한 뒤로 자기 할 말만 하는 일방적 통로로 변질됐다”며 “(과거) MB(이명박 전 대통령) 라디오 연설하고 비슷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기자는 “얼마 전엔 대변인이 질문할 기자가 손들면 지목하는 식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그런(질문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읽혔”다면서 “당시 '손들고 지목하면 그게 도스(도어스테핑)냐, 기자회견이지' 정도의 기자들 의견이 있었는데 기자들 호응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B언론사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질문을 태풍으로 제한했을 때는) 역대급 태풍이 올라오는 상황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봤는데 오늘까지 그런 것은 심하지 않나 싶다”며 “특히 대통령이 손까지 들고 제지한 것은 지나치다”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이 (스스로 질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문제고 기자들이 (이에) 순응하는 건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C언론사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그동안 민감한 질문은 답변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넘어가서 비판받기도 했고, 태풍 상황 지나고도 계속 특정 질문만 받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태풍 상황에서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의 전반적 움직임에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지지율 반등까진 아니어도 집중호우 당시 실추된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오늘 대통령의 돌발적인 질문 제한 워딩(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겠다”고 해석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을 비롯해 이재명 부대변인,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에 대통령의 질문 제한 우려에 대한 견해와 대통령 약식문답시 손 든 기자를 지목하는 제안을 했는지 등을 질의하기 위해 전화 통화 시도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등의 질의에는 오후 1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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