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사망
[윤현 기자]
▲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사망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 AP |
냉전 종식을 이끈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9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각) 러시아 중앙 임상병원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이날 저녁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대변인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라며 "유족과 지인들에게 조의 전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1931년 3월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 지역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직접 콤바인을 운전하며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모스크바대 국립대(MGU) 법대에 입학하고, 대학 시절 공산당에 입당하며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
중앙 정치에 입문해 탄탄대로를 밟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되어 집권하자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전체주의를 무너뜨리고 국제사회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독일 통일을 사실상 용인했고,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냉전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이 같은 공로로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그해 한-소 수교를 체결하며 한국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쏟았다.
또한 이듬해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소 양국의 전략 핵무기를 대규모 감축하는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I)에도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섣부른 시장경제 도입으로 경제난에 빠졌고, 군부 쿠데타까지 발발하는 등 정국 혼란이 벌어지면서 소련이 1991년 12월 해체되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로부터 냉전 종식을 이끌고 소련 해체로 동구권의 해방과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정작 러시아에서는 초강대국이었던 소련 해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과 멸시에 시달렸다.
러시아 정부 출범 이후 1996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1%도 안 되는 득표율에 그쳤다.
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대학 강연이나 외국 기업 광고에 출연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 외곽의 전원주택인 다차(dacha)에서 여생을 보내던 중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고르바초프의 집권 기간은 7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라며 "그는 집권 말년에 자신이 일으킨 바람을 막을 힘이 없었지만, 20세기 후반에 그 어떤 정치 지도자보다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평가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1992년 당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와 유럽, 세계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시작했다고 믿는다"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애도사를 내고 "유엔을 대표해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유족, 러시아 연방 정부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평화는 유사성의 통합이 아니라 다양성의 통합'이라고 말했고 협상, 개혁, 투명성, 군축의 길을 추구하며 이 중대한 통찰을 실천했다"라며 "세계가 훌륭한 지도자이자 헌신적인 다자주의자, 지치지 않는 평화주의자를 잃었다"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의장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자유로운 유럽을 위한 길을 열어줬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지도자"라며 "그의 유산은 우리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유족으로 딸과 두 명의 손녀가 남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의 노보데비치에 있는 가족 묘지에 묻힐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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