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100대0 완승?'..과연 그럴까? [정기수 칼럼]
의원들 추가 징계 촉구로 보수 판에서 쫓겨날 판
소속 의원, 당원들이 비상이라는데 판사, "아니다"
가처분 인용은 집권당 타격 목적의 '판결 농단'
“이준석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 야당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여당 대표라니 이제 이런 이중생활을 끝낼 때가 됐다.”
충북지사 김영환이 당선 후 침묵을 깨고 이준석에게 한마디 했다. 그는 ‘민주화 유공자 증(證)’을 부인과 함께 반납한, 기득권층 전락 586과 보수 정당 내 기회주의자, 역선택 기생(寄生) 전 현직 대표들을 비판하는 운동권 출신 치과의사 ‘전향’ 정치인이다.
“이준석은 휴지조각 같은 판결문과 정부 여당 지지자들의 분노를 맞바꾸었다. 이러고도 당에 남아 있는 것은 ‘적과의 동침’을 의심받는 일일진대, 당대표로 복귀한다? 글쎄 가능한 일일까. 당원들의 공분을 안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이준석이 자필로 쓴 탄원서를 통해 ‘보수의 탈을 쓴 얼치기 진보’임을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적었다. 하버드를 나온 그는 아버지 친구인 박근혜 당 원내대표 유승민과 박근혜의 낙점으로 26세 보수 정당 최고위원이 된, 전교조 교사들 세뇌를 받은 친(親) 광주, 친 민주당, 친 진보좌파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 탈당파의 바른미래당 그룹 첨병(尖兵)으로서 박근혜 탄핵의 깃발을 들었고, 보수 정당 복귀 후에도 노회찬 이정희 문재인 등 반(反) 보수 정치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했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과 정권교체 열망 보수 지지자들의 오판(誤判) 운도 따라 줘 36세 0선 야당 대표가 돼 반 윤석열 편에 선 것은 당연했다. 대선 전후 수차례 일으킨 분탕질의 최종 결과가 이번 가처분 판결이다.
판사 황정수는 전남 구례 태생의 순천고-서울법대 출신으로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의 초기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다. 이 모임은 문재인 정권의 법원 요직을 두루 점령한 ‘법조 하나회’다. 대법원장 김명수 퇴임 전후 윤석열 정부가 단호히 척결에 나서야 할 개혁 대상이다.
황정수가 있는 서울남부지법은 그의 ‘국민의힘 쑥대밭 만들기’ 판결 후 보수 진영에서 특정 모임을 거론하자 “현재 회원이 아니다”라고 친절하게 공지를 했다. 이 지방법원은 미국 맨해튼 담당 뉴욕남부지법(U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Y)처럼 서울 여의도를 관할,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굵직한, 나라를 흔들 수도 있는 사건들을 담당하게 되므로 김명수가 ‘좌파 최정예’ 판사들을 꽂아 놓은 곳이다.
그 황정수가 나라를 흔드는 ‘역사적 판결문’을 썼다.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 절대 다수가 의결한 당 대표의 성 추문(醜聞) 관련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에 따른 비상 상황을 판사 개인의 주관적 판단으로 “비상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의결은 정당 활동의 자율성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수 십만 당원과 일반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 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는 지도 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해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
이 논리는 한마디로 이준석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그야말로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최고위원 사퇴-비대위 구성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상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고,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 권성동이 애초에 대표 징계를 ‘궐위(闕位)’로 보고 비대위로 갔으면 될 것을 당권 욕심으로 ‘사고(事故)’로 해석해 자신이 대표가 되는 직무대행 체제를 세웠다가 반발이 일자 비대위로 전환하는 바람에 생겨난 부자연스러움이었다.
절차 진행이 부자연스러웠다고 해서 비상 상황이었던 게 아닌 것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이준석의 6개월 당원권 정지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황정수는 이 사실은 외면하고 배현진 등 일부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꼼수’만 이준석의 눈으로 문제시했다. 그의 이준석 살리기 결정으로 여당은 이제 진짜 비상 상황이 됐다.
황정수가 이 혼란을 바랐고 즐기고 있다면, 그는 보수 정당을 가지고 논 대한민국 사법부의 오만과 월권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을 했다. 그는 이번 가처분 결정을 ‘다음주 이후’로 예고했으나 주말을 기해 돌연 ‘쿠데타’를 감행했다. (결정문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연찬회로 여당이 모처럼 단합을 과시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찬물(고춧가루)을 끼얹은 셈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경기도지사 후보 TV 토론회에서 강용석을 포함시키라고 명령해 반(反) 국민의힘 편에 섰다. 이 토론회는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 자체 결정으로 여론조사 지지도 15% 이상 후보들만 참가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그는 법정토론 기준인 5% 이상을 적용, 당시 5.8%였던 강용석에게 김은혜 공격(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당 패배에 기여했다.
황정수의 집권당 타격 편파 판정에 신이 난 박지원, 우상호 등은 ‘이준석의 완승’ ‘100대 0 승리’라고 환호작약(歡呼雀躍)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준석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처지는 여전하다. 주호영 비대위만 좌초(坐礁) 됐을 뿐이다. 의총 결의대로 당헌 당규를 법원이 더 시비 못 걸도록 정비하고 비대위를 새로 꾸리면 된다. 그래도 꺼림칙하다면, 권성동 사퇴 후 새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새 지도부를 세우는 길목에서 이준석은 보수 판에서 완전히 축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의 성(性) 뇌물 수수와 증거 조작(인멸) 교사 관련 기소가 그 하나이고, 당 윤리위가 그 동안의 해당 행위만으로 이준석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는 게 다른 하나다. 의총에서 의원들이 그것을 촉구했으므로 자연스런 계기도 얻었다.
그가 당 대표가 된 뒤로 민주당이 한 번도 그를 비판한 적이 없고, 그 또한 문재인과 민주당 비판보다는 내부 총질에 전념하는, ‘야당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가짜 청년, 가짜 보수 암덩어리는 제거하고 가야만 한다는 게 여당 의원들 다수 생각이다. 보수 성향의 일반 국민들도 이에 대부분 동의한다.
다시 이양희 윤리위의 시간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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