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댁이요? 댁이라고 하셨어요?" 최강욱 "댁이 가해자"
한동훈 무성의 답변에 최강욱 반말까지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에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갔다. 최 의원의 질의에 한 장관이 무성의한 태도로 답변을 떠넘기는 듯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양쪽의 감정이 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반말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오가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최 의원은 국가배상 범위가 축소되면서 이를 반환해야 하는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들의 이자를 면제한 법무부의 조처를 긍정 평가하면서 질의를 시작했지만 과거 검찰의 책임론을 따지고 한 장관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신경전은 시작됐다.
최강욱 의원 : 인혁당 사건 피해자분들의 배상 문제 관련해서 이자 면제하는 내용의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장관의 결단 높게 평가하겠다고 한 것 기억하시죠?
한동훈 장관 : 저에게 물으신 건가요?
최 의원 : 네.
한 장관 : 예.
최 의원 :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한 장관이 할 수 있는 좋은 조치했다고 얘기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검찰이 과거 인혁당 사건의 재심으로 이어져서 무죄 확정될 때까지 저지른 잘못 있었죠? 있습니까, 없습니까?
한 장관 : 지금 검찰이 한 건 아니고요
최 의원 : 과거 검찰의 책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한 장관 : 과거 검찰을 의인화해서 말씀하시는 건 아닙니다.
팽팽히 이어지던 기싸움은 최 의원이 “사실관계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뻔히 아는 얘기는 인정하고 가자”고 말했지만 한 장관이 언짢다는 듯 “그냥 말씀하세요”라고 응수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최 의원이 “질문을 했으니까 답 해”라고 반말을 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한 장관은 곧바로 “제가 위원님처럼 반말하진 않았다”고 되받아쳤고, 최 의원은 “‘그따위’ 태도를 보이면”이라고 응수했다. 한 장관은 “‘그따위’라는 식의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고, 최 의원은 “그런 식의 태도를 통해서 충분히 그런 표현을 하고 있다. 몸으로 물씬물씬”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 : 저런 태도에 대해서
한 장관 : 그냥 말씀하세요.
최 의원 : 질문했으니까 답변해. 답변하세요
한 장관 : 제가 위원님처럼 반말하진 않았죠.
최 의원 : 그따위 태도를 보이면
한 장관 : 제가 ‘그따위’라는 식의 말도 하지 않았고요.
최 의원 : 그런 식의 태도를 통해서 충분히 그런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몸으로 물씬물씬
한 장관 :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 의원이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며 질의를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한 장관은 “위원님이 저한테 이런 질의를 하시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불편하다”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갈등은 더욱더 증폭됐다.
한 장관은 “형사 사건의 가해자인 의원님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거듭 최 의원을 쏘아붙였고,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 그런 식의 논법이면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되받아쳤다.
한 장관은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최 의원은 검찰의 고발 사주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최 의원의 ‘댁’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한 장관 : 댁이요? 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최 의원 : 댁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의 판단이 일관되고 그나마 늘 변함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케이비에스(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혐의로 기소한 적 있죠 대한민국 검찰이. 기억합니까?
한 장관 : 말씀하십쇼.
최 의원 : 기억합니까?
한 장관 : 말씀하십쇼.
최 의원이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한 장관의) 저 태도 가만히 보고 계실 겁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한 장관도 지지 않으며 “지금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겁니까”라고 되받았다. 최 의원은 “지금 한동훈이란 개인과 최강욱이란 개인이 특정 사건 놓고 가해자 피해자 놓고 얘기하는 겁니까. 대한민국 입법기관이 국무위원에게 과거 검찰의 업무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런 태도를 보입니까”라고 하자 한 장관은 “저도 지금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십니까”라고 되받았다. 최 의원의 공세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이어졌다.
최 의원 : 막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누가 제공했습니까?
한 장관 : 위원님이 제공했죠.
최 의원 : 인신공격을 했습니까. 내가 검찰의 과거에 대해서 지금 법무부 장관 입장을 묻는데 ‘말씀하십쇼?’
한 장관 : 말씀하세요.
최 의원 : ‘저따위 태도’라고 표현하지 않으면 뭐라 얘기합니까.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진정들 하라”며 설전을 제지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들이 불과 얼마 전에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저도 법사위원석 앉아서 장관 세 번 불러도 대답도 안 하는 경험도 해봤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떠올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장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품격있는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도와달라고 했다. 그 이상 어떻게 얘기하겠냐”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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