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복붙하고'..의원 발의는 "일단 내고 보자?"

한승연 2022. 8. 1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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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대 국회 전반기 2년간 입법 성적표입니다.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비율은 9.1% 이 중에서 정부가 낸 법안의 가결률을 뽑아보니, 21% 였습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낸 법안의 가결률은 4.6%로 크게 떨어집니다.

의원 개인별로도 한번 볼까요?

2년간 100건 넘게 대표 발의한 의원이 15명이었는데 이 중 2명이 낸 법안은 한 건도 가결되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법안 한 건, 한 건, 공들여 만들기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발의 건수에 치중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실태 계속해서 한승연 기잡니다.

[리포트]

21대 국회 전반기에 가장 많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

206건을 대표 발의했는데 원안이 가결된 법안은 한 건도 없고 대안으로 반영된 것만 19건이었습니다.

대표 발의한 법안들을 살펴봤습니다.

'지방'은 위계적인 표현이니 '지역'으로 바꾸자는 식의 내용을 '지방'이란 표현이 포함된 법안마다 제출해 6개로 나눠 냈습니다.

금융기관 관련 법의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을 추가하자는 법안도 4개를 냈습니다.

이렇게 법안을 쪼개서 낸 이유에 대해 민형배 의원은 법안 발의가 여론을 환기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 대표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이종성 의원.

145건을 대표 발의했는데 '심신장애'라는 표현은 차별적이니 바꾸자는 법안 14개를 같은 날 제출했습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폐업 신고를 제한하자는 법안도 8개를 같은 날 냈습니다.

이종성 의원 측은 심신장애 표현이 포함된 법은 70개가 넘는다며, 최소한으로 발의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재선인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초선 때 발의했다가 폐기된 법안 81건 중 75건을 그대로 다시 발의했습니다.

그 중 63건은 재선 직후 두 달 동안 낸 겁니다.

[정춘숙/민주당 의원 : "마무리가 안 된 거거든요. 나 몰라라 하고 내버려 두는 게 저는 더 무책임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국민적 공분을 사는 특정 사안이 생겼을 때, 내용이 비슷한 법안을 너나 할 것 없이 쏟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 전후로는 전자장치 관련 법안 10건이 발의됐는데 8건이 피부착자 감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가혹 행위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당시엔 21건이 발의됐는데 7건이 스포츠윤리센터 기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국회 보좌진/음성변조 : "보좌진 한 명 한 명이 몇 건의 법안을 발의했는지 그걸 또 평가하시는 의원님들도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법안 발의 실적이 없는 보좌진들은 해고시킨다거나..."]

일부 정당이 법안 발의 실적을 공천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발의를 남발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쪼개고 복사해 붙이고, 행정 비용만 낭비하는 법안 수 부풀리기를 막으려면 의원 윤리규범 등에 관련 내용을 담아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한승연입니다.

촬영기자:김용모 조은경/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서수민

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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