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얼핏 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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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에 '비타민'이란 단편소설이 있다.
그의 마지막 단편소설집인 '대성당' 속에 담긴 열두 편의 소설 중 한 작품이다.
언젠가 카버는 단편소설을 '얼핏 본 무엇'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
단편소설은 삶의 큰 국면을 말하기보다 삶의 단편을 찾아 그 가능성을 엿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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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내용도 단순하고 문장도 간략한데 그 서늘한 감정의 근원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간단히 해답을 찾아보면 이렇다. 우선 카버의 소설 문장은 스스로 고립되어 세상과의 친화감이나 동질감을 거부하는 듯이 보인다. 패티의 남편 시각에서 묘사되는 소설 공간은 등장인물과 동화되어 있지 않고 고립된 가상의 세계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이런 냉정함과 거리감은 인물들은 물론, 작가까지 세상의 윤리나 법칙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처럼 생각되게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허무한 상황이 허무하게 보이지 않고, 절망적 상황이 절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렵게 여겨지는 것이다.
소설에서 문체는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사물을 보게 만드는 특별한 기능을 한다.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보겠다는 신호가 문장 속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세상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하는 문장이 있는 반면에 내가 겪은 세상을 묘사해, 독자 스스로 느끼도록 만드는 문장도 있다. ‘비타민’에서 나타나는 문장은 아마 후자에 속할 것이다. 특별히 그의 소설에 부사와 형용사가 잘 쓰이지 않고 내면 묘사도 없는 것이 이런 경향과 관련이 깊다.
언젠가 카버는 단편소설을 ‘얼핏 본 무엇’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 단편소설은 삶의 큰 국면을 말하기보다 삶의 단편을 찾아 그 가능성을 엿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운이 좋다면 ‘얼핏 본 무엇’이 자라서 삶의 의미가 되고 삶의 진정성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성급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카버가 문장을 가급적 객관적으로, 그리고 건조하고 냉정하게 쓰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가 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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