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철광석·유가 오르자 덩달아 급등한 철강·강관株..세아제강 67%↑
철광석 가격 급등에 철강·강관 기업 주가도 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근 2개월 동안 국내 철강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강관(강철로 만든 파이프)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주가 역시 크게 상승했다. 전쟁으로 원유·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국제 에너지 공급망 지형도가 크게 변화한 가운데, 국내 철강·강관 업체들이 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철강 제조와 관련된 12개 기업의 주가를 반영해 산출되는 KRX 철강 지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일어난 2월 24일부터 지난 22일까지 16.91% 상승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다른 종목 지수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상승 폭이 두 번째로 높은 KRX 기계장비 지수는 11.48%, 세 번째로 높은 KRX 유틸리티 지수는 11.14% 올랐다.
기업별로 보면 철강 업계 시가총액 1위인 POSCO홀딩스의 주가는 러·우 전쟁 이후 두 달간 6.29%(1만7500원) 올라 22일 29만5500원에 마감했다. 시총 2위 현대제철(004020)은 같은 기간 14.67%(5700원) 상승해 4만4550원에 마감했다. 철강재 부식방지에 쓰이는 아연을 취급하는 고려아연(010130)도 같은 기간 18.06%(9만5000원) 올랐다. 이 외에도 동국제강(001230), 풍산(103140), 세아베스틸지주, 고려제강(002240), 한국철강(104700) 등 철강기업들도 같은 기간 5.52%~28.71% 상승했다.
철강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철강 제조의 필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유럽 최대 철강 생산처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아조브스탈 철강공장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이런 영향으로 철광석 가격이 오르자 국내 철강 기업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연초 대비 22.09% 오른 150.05달러에 거래됐다. 호주산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연초보다 47.39% 급등해 톤당 170.42달러에 거래됐다.
여기에 국내 철강 업체들이 올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도 철강 기업 주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4일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1조3000억원(이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증권사들의 매출 전망치(19조9987억원)와 영업이익 전망치(1조6954억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잠정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철강 기업들도 올 1분기에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제철(004020)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을 6조5907억원, 영업이익은 5948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95.7% 늘어난 것이다. 동국제강(001230) 역시 매출 2조367억원, 영업이익 15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9%, 39.8% 증가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강관(파이프)을 제조하는 업체들도 전쟁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세아제강(306200)은 최근 두 달간 67.9%(6만4300원) 올라 22일 15만9000원에 마감했다. 휴스틸(005010)도 같은 기간 44.51%(7500원) 올랐다.
국내 강관 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미국 내 원유와 셰일오일·가스 개발 사업이 활발해지며 파이프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기준 미국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6.17달러로, 연초 대비 38.1%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높아진 강관 수요에, 현재 미국 내 한국산 에너지용 강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강관을 수입하는 비중은 약 23%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강관 수입국이다.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을 줄이겠다는 유럽연합(EU)의 계획도 국내 강관 제조업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EU는 지난달 8일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REPowerEU’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U는 러시아 이외 지역,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선 LNG용 파이프라인 증설이 필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철강 산업 분야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철강금속 분야는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주요 도시 봉쇄에 따른 우려가 커지며 상승 탄력이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라면서도,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가 2분기를 넘어 장기화하지만 않는다면 시차를 두고 경기 부양과 함께 철강 및 비철금속 가격도 하반기로 갈수록 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LNG 인프라 투자가 집중될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강관의 입지는 이미 공고한 상황”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로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받고 있지만 향후 미국의 필요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키움증권은 지난 21일 철강·비철금속사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고려아연(010130)은 기존 76만원에서 81만원으로, 한국철강(104700)은 기존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영풍(000670)은 기존 82만원에서 92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1일 강관 제조 업체 세아제강(306200)의 목표주가를 기존 14만8000원에서 17만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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