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7% 오른 수입 밀 가격, 사장님은 빵굽기 겁난다
“피 말리는 정도를 넘어섰어요. 마진 없이 그냥 파는 거죠.”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에서 7년째 분식집을 운영해 온 사장 김모(49)씨의 말이다. 그는 “밀가루 가격이 계속 올라 힘들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튀김가루 가격이 30% 이상은 오른 것 같다. 튀김 1개를 700원에 팔고 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떡볶이 가격을 500원 올리면서도 고민을 엄청 했다. 가스, 전기요금에 이어 최근 식용유 가격도 1.8L에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올랐다”며 “손님이 떨어질까 봐 오르는 재료값만큼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밀가루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오모(57)씨는 “밀가루뿐 아니라 설탕, 버터 가격 다 올랐다. 갈수록 서민들만 힘들고 대기업도 아니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영향 등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지난달 수입 밀의 t당 가격은 369달러로 1년 전보다 37.3% 올랐고, 2년 전보다는 4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밀가루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8.8%에서 올 1월에는 12.1%, 지난달 13.6%로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해 밀가루 등 곡물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밀가루 사재기’ 움직임도 일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밀가루를 미리 사다 놓을 계획”이라거나 “가격 오르기 전에 사둬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 인근에서 만두를 판매하는 김모(여·60대)씨는 “밀가루를 산다 해도 둘 자리가 없어 사재기할 엄두가 안 난다”며 “700원짜리 만두를 최근 800원으로 올렸지만, 이윤이 남는 건 없다. 앞으로 밀가루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했다.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밀가루값이 이미 올랐는데 또 오른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인근의 한 제과점 사장은 “영세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휘청하는데,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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