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물가 안 잡힌다"..전쟁보다 무서운 이상기온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4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설령 전쟁이 끝나더라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주범인 국제유가와 국제 곡물가격이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곡물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전쟁 피해로 올해 농사를 짓기 어렵고, 세계 2위 밀 수출국 미국의 흉작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가격안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대비 3.9% 오른 140.7을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40선을 넘은 것은 1996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곡물과 유지류, 육류, 낙농품 등 55개 주요 농축산물의 국가가격동향을 나타내는 가격지수로서 매달 발표한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가격 평균을 100으로 잡은 상대적 수치다. 지난달 식량가격지수가 140이라는 것은 지난달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2002~2004년보다 40% 비싸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톤당 평균 663달러에 거래되던 밀 가격은 지난 2월 평균 928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톤당 1425.25달러까지 올랐고, 지난 18일에는 1063.7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협상에 대한 기대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던 국제유가도 다시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WTI(서부택사스산원유)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03.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99달러, 브렌트유는 107.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와 곡류 등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주요 원유 생산국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의 곡물 수출국이기도 하다. 비옥한 흑토 지대를 가진 우크라이나도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릴 정도의 주요 곡물 생산국이다. 그러나 양국간 전쟁에 따른 생산차질과 미국·EU(유럽연합) 등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 공급이 줄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끝나도 석유·곡물대란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평화조약이 맺어지더라도 러시아가 크림반도 등 점령지를 모두 반환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 한 서방이 경제제재를 즉시 해제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등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곡물 등 원자재를 사오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영국 블랙풀에서 열린 보수당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관계를 다시 정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쟁이 당장 끝나도 올해 농사는 쉽지 않다. 전쟁으로 농지가 훼손됐고, 트랙터 등 농기계는 전쟁에 동원됐다. 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한데, 상당수 남성들이 전쟁을 계기로 군대에 징집된 상태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흉년이 우려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밀 생산지 캔자스주 남서부 지역에 지난해 10월부터 눈 또는 비가 전혀 오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에 따르면 캔자스주 절반 이상이 심한 가뭄 상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습도를 요구하는 겨울 밀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가격은 공급 부족 우려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면 종전 또는 휴전 이후에도 공급차질이 이어질 수 있다"며 "식료품 가격은 소비자물가의 8~10% 내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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