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지기 전 靑 돌려드리겠다"는 尹측 약속..文정부·민주당, 왜 반대하나
靑 불편한 기색 내비쳐..민주당은 공개 반대
'용산 집무실' 가능성에 "일본군 주둔지"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청와대 이전’이 실현되기 직전이다. 윤 당선인은 외교부가 사용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청와대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인수위원들은 18일 두 곳을 방문해 점검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봄 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며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추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라는 조롱조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공약한 ‘광화문 시대’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소통 강화’라는 목표는 일정 부분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반대의 한 이유로 분석된다.
◇尹당선인 측 “비서동과 집무실 멀다” 靑 “지금은 안 멀다”
여권에서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윤 당선인 측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면서 이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는 게 현 청와대 측의 반론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 대해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더 집중하는 구조다.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또 “청와대라는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지기 때문에 들어가면 국민과의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소통이 강화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새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관이 아닌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서 근무를 한다고 지적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을 사용한 적이 없다. 비서동으로 내려와 여민1관 3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2층엔 비서실장실이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박 수석은 “청와대 구조에 대한 오해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 본관 집무실을 사용할 때를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다만 대통령이 여민관에서 근무하더라도 참모들과 소통이 충분치 못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여민관이 1·2·3관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통령과 참모들의 물리적 거리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건물의 공간과 형태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구조를 결정한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서동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와 있기는 한데, 공간 자체가 엄청나게 좁고 너무 노후화돼 안전 문제도 제기되는 상태”라고 했다.
◇尹당선인 측 “청와대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靑 “文대통령, 관람객과 인사”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것은 5년 전 대선 때 문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토 끝에 2019년 1월 ‘광화문 시대’를 포기했다.
당시 유홍준 광화문시대자문위원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하면서, 문 대통령의 소통 노력이 빛이 바랠 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간 국민 곁으로 다가간 노력의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수현 수석은 “청와대는 일반관람으로 국민께 개방되어 있다”며 “대통령은 행사 때문에 집무실인 여민관에서 본관이나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경우, 녹지원을 관람 중인 국민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미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고,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하는 등 국민들이 청와대에 더 가까이 올 수 있도록 했다. 문 대통령 퇴임 전까지 북악산 남측면까지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두 달 남은 지방선거…’용산 개발 악재’ 띄워 ‘부동산 선거’ 돌파구
청와대보다는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반대가 더 거세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용산 국방부 청사를 두고 일본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 때 ‘친일’ 공세를 펴곤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날(17일) 라디오에서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우리 대통령이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꼭 가야겠나. 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청와대 부지는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라고 반박했다.
대선처럼 ‘부동산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반대 주장도 나왔다. 민홍철 국방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청와대 주변 지역은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하다” “현재 진행중인 용산 지역 개발계획과 재건축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당 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용산과 남산 일대 전체가 고도 제한 묶여 5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해진다”며 “용산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재건축, 재개발 계획이 백지화되고, 용산 국제 업무 지구 조성도 무산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시대’는 용산 지역 개발에 악재라는 주장이다.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서울 용산)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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