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발생 수 세계 최고..섣부른 방역 완화에 사망도 '최다'

이진경 2022. 3.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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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감염 62만1328명 연일 최고
사망, 직전일 164명서 429명으로
정부 '37만 정점' 당초 예측 빗나가
"신속 검사로 숨은 감염자 찾아내"
이 와중에 정부는 '8인·11시' 검토
100만명당 확진 美·佛보다 높아
당국 "중증화·치명률 관리 수준"
사망자 수 세계 227國 중 150위
23일 이후로 감소세 전환 전망
"오미크론 증상 후 '최대 8일' 전파"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신규 확진자수를 파악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6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400명을 넘었다. 정부 예상치를 뛰어넘은 규모다. 정부가 섣부르게 방역을 완화해 초래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만1328명이다. 전날(40만741명 확진) 시스템 오류로 확진자 집계에서 빠졌던 약 7만명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를 제외해도 역대 최고치인 55만명 이상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확진자 정점 규모로 예측한 일평균 37만2000명도 거뜬히 돌파했다. 이날 일평균 확진자는 38만7277명에 이른다. 다음주까지 확산세가 이어지면 정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429명에 달한다. 지난 15일 29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16일 164명으로 줄었다가 이날 265명이나 많아졌다. 206명은 사흘 이내, 나머지는 그 전 사망자로, 확진자 폭증에 따라 늦어졌던 신고가 포함된 영향이라고 방역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사망자를 보면 엄청나다. 3월 들어서만 3423명이 숨졌다. 정부는 한 해 독감으로 2000∼3000명이 숨진다고 설명해왔는데, 이 정도 규모가 보름 새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 확대로 숨은 감염자가 드러난 점을 고려해도 확진자 수 급증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잇따른 방역 완화가 한몫했다는 게 중론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늘린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완화 메시지가 너무 강력하게 간 것 같다”며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 높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확진자가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17일 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방역 당국도 예측이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확산세가 예상보다 높은 상황으로 정점 구간이 다소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망자도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완화를 검토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1일부터 적용할 거리두기 조정안을 18일 발표한다. 사적모임 인원을 현재 6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11시로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도 확진자·사망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의료현장과 학교 등 곳곳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완화할 경우 유행의 불확실성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1∼2주 위기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며 “당장 국민은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현장 요원과 의료진은 뼈를 갈아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17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의 한 주점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21일부터 적용할 새로운 거리두기 조정안을 18일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날씨 풀리며 활동 늘자 전파력 ‘폭발’… 세계 확진 22%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3월 내내 수십 만명 수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점을 찍는다고 해도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확진자 폭증 후폭풍이다. 2∼3주 뒤 중증환자·사망자는 얼마나 나올지, 대응 준비는 돼 있을지가 관건이다.

◆숨은 감염자 드러나며 확진자 증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정점 규모는 이미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17일 기준 국내 100만명당 확진자는 1만2101명이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프랑스는 정점에서 100만명당 확진자가 5436명이었고, 미국은 4109명 수준이었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높은 2만6186명이었다. 인구비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인 확진자 발생 수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16일 확진자(40만714명)는 전 세계 확진자 185만3964명의 21.6%에 해당한다.
당국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자를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숨은 감염자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확진자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고위험군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방역 당국은 “높은 오미크론의 전파력, 봄철 사회활동과 대면접촉 증가, 그동안 낮았던 누적 감염자수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날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215명으로 전 세계 평균 780.1명보다 낮다. 월드오미터가 집계하는 227개국 중 150위다.

당분간 하루 확진자는 엄청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 조치가 약해 유행이 꺾이려면 전체 인구의 20∼30% 이상이 감염돼 집단면역이 형성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날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825만592명으로, 전체 인구의 16% 수준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등 오미크론 유행을 겪는 유럽 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이 확진돼야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 25%인 1500만명이 확진돼야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개인병원에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정점 여전히 불확실… 정점 이후도 불안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복수의 연구기관 전망을 바탕으로 23일 이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유행이 커지면 정점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 유행 곡선이 ‘첨탑’이 아닌 ‘완만한 고원’ 형태를 나타내며 확진자가 천천히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렸던 ‘BA.2형’도 변수다. BA.2형은 기존 오미크론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약 30% 강한 것으로 알려져 유행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최근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 발생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내 BA.2형 검출률은 3월2주 26.3%로, 2월3주 4.9%에서 3주 새 5배 이상 많아졌다.

우려되는 점은 확진자 수가 늘어날수록 2~3주 뒤 위중증 환자, 3~4주 뒤 사망자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사망자도 약 한 달 전 10만명대 발생의 여파다. 치명률이 0.1%만 돼도 이날 확진자 62만명 중 600명이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중환자·사망 정점은 3월 말에서 4월 초 정도에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때 우리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느냐, 감당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에게서 얻은 검체 558건을 분석한 결과 감염성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는 기간이 증상 발현 후 최대 8일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배양양성률(배양에 성공할 확률)은 미접종군이 53%로, 백신 접종군(34%)보다 1.56배 높았다.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 결과와 확진자 7일 격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당국은 “8일째 배양된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약했다”며 “지금처럼 7일 격리 후 3일간 주의하면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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