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침엽수가 사라진다..어른나무 28%·어린나무 58% 감소

김덕훈 2021. 9. 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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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단풍철이 다가오는데요.

그런데,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에도 마치 '단풍'이 든 것 같은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사실은 침엽수에 단풍이 드는 게 아니라, 보시는 것처럼 노란색, 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일부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침엽수 집단 고사가 이제 설악산까지 확대된 건데요.

이렇게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이 현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주로 해발 천 미터 이상에 사는 고산 침엽수가 타격을 받고 있는데, KBS 취재 결과, 침엽수 고사 지역이 최근 4년 새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덕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설악산 대청봉 비탈면.

머리에 흠집이 난 것처럼 군데군데 노랗게 패였습니다.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해진 나무도 있습니다.

분비나무, 눈잣나무 등 침엽수가 군락을 이루며 푸르렀던 곳이, 5년 새 이렇게 변했습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 기준으로 반경 2m 안에 말라 죽은 나무가 세 그루나 있습니다.

이렇게 힘을 주면 가지가 툭툭 부러질 정도여서 회생 불가능합니다.

등산로를 따라 가보니, 말라 죽은 나무들이 수두룩합니다.

모두 침엽수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이게(침엽수가) 처음에 녹색이었다가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또 됐다가, 이 다음 단계에서 잎이 떨어져 버리는 거죠."]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최근 20년간 겨울철 기온이 평균 1도 오른 데다, 겨울철과 봄철 강수량이 급감해 이른바 '수분 스트레스'가 커진 겁니다.

[변준기/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보전실 팀장 : "수분의 발생량이 적다(는 겁니다.) 특히 눈잣나무는 대청봉 지역에서만 분포하고 있어 고사하면 (국내에서) 절멸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2015년부터 지리산, 한라산 등지에서 나타나던 침엽수 집단 고사가, 중부지방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이 지난 4년간 전국 주요 산에 500개 지점을 정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28%인 141곳에서 어른 침엽수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자란 지 1~2년 된 어린 침엽수가 줄어든 곳은 전체 5백 곳 중 58%인 292곳이나 됐습니다.

고사의 여파로 파생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침엽수에 붙어 사는 동·식물들의 생태가 파괴되고, 지반 약화로 인해 산사태 위험도 커집니다.

고사 위기에 놓인 침엽수는 370만 그루, 1,000m 이상 고산 면적의 10%에 달합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강민수

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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