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장애 뛰어넘은 땀·열정에 응원을

박미영 2021. 9. 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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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1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13일간의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 장애인 선수단은 역대 가장 큰 규모인 14개 종목 86명이 출전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난 5일 도쿄 패럴림픽의 폐막과 함께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금방 수그러들까봐 염려된다.

패럴림픽에 나간 선수들을 응원하듯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을 돕고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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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1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13일간의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 장애인 선수단은 역대 가장 큰 규모인 14개 종목 86명이 출전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첫 금메달은 남자 탁구 단식 부문의 주영대 선수가 따냈다. 특히 이 종목에선 우리나라가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하며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장애를 딛고 연마한 기술로 세계 무대에서 후회 없이 겨루는 선수들의 고투를 보며 경이로움마저 들었다.

그러다 문득 6년 전 방문했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교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가 한참이나 출발을 안 했다. ‘왜 출발을 안 하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창밖을 내다보니 운전기사가 경사판을 내리고 있었다. 정류장에는 휠체어를 탄 중년 여성이 있었다. 버스기사는 서두르지 않고 조심조심 경사판에 여성이 탄 휠체어를 올렸다. 이어 휠체어가 버스 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꼼꼼히 살폈다. 버스 안에는 이미 많은 승객이 앉아 있었고 출발 시간도 이미 지났지만 누구 하나 운전기사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나에겐 생소한 장면이었다. 장애인용 저상버스였긴 해도 실제 휠체어에 앉은 승객이 버스에 타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박미영 사회부 기자
그 즈음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저상버스 보급률을 전체 시내버스의 42%까지 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은 훌쩍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은 전체 시내버스 중 60%가량이 저상버스다. 그러나 전국으로 따지면 저상버스 보급률은 28.8%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그나마 편리하게 탈 수 있는 버스가 10대 중 3대도 안 된다는 것으로 지역에 따라 그마저도 못한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아쉬운 건 저상버스가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시민들의 자세다. 저상버스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에서조차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기도 어렵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직장인이 없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그 시간대에 탔다간 눈총을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기피하는 게 아닐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땀과 열정은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 패럴림픽에 나간 선수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일궈낸 수확에 감동하고 큰 박수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기에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난 5일 도쿄 패럴림픽의 폐막과 함께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금방 수그러들까봐 염려된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은 출근길이든 직장에서든 일상 자체가 고군분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패럴림픽에 나간 선수들을 응원하듯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을 돕고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별한 이벤트나 사건이 있을 때만 쏠리는 반짝 관심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거리를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나부터 이런 마음 자세를 먹고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박미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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