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현실 바꾼 미컬슨의 '마인드 게임'
[스포츠경향]
필 미컬슨은 파5 16번홀에서 드라이버로 366야드를 보냈다. ‘터미네이터’ 같은 브룩스 켑카보다도 더 멀리 날렸다. 24일 열린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이 홀에서 미컬슨보다 멀리 친 선수는 없었다. 파3 5번홀에선 벙커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버디를 잡았다. 미컬슨은 51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장타를 치고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샷을 치고, 숏게임의 마술을 연출한다. 51살이지만 미컬슨은 미컬슨이다.
이달 초 열린 웰스파고 챔피언십 1라운드에선 버디 8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7언더파 64타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미컬슨은 올 시즌 대부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장 좋은 성적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기록한 공동 21위였다. 잘 치다가도 깜빡 하는 순간 무너지곤 하는 게 미컬슨의 최근 경기력이었다. 4일 동안 매일 5시간 이상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미컬슨의 나이에 쉽지 않다.
그래도 미컬슨은 챔피언스 투어로 도피하지 않았다. 그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우선 마음을 근육처럼 쓰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36홀, 45홀을 돌기도 했다. 매샷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하면 18홀을 돌 때 부담감이 그렇게 커지지 않는다는 게 미컬슨의 말이다. 근육을 늘리듯 집중력을 늘리는 방식인 셈이다. 명상을 통해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미컬슨은 “나이를 먹으면서 날카로운 집중력과 샷의 시각화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마음을 근육처럼 쓰면서 집중력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특별한 혼합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경기 내내 선글라스를 쓴 것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미컬슨을 이야기할 때 타이거 우즈를 빼놓을 수 없다. 둘은 배트맨과 로빈 같은 관계다. 미컬슨은 PGA 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늘 우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9년 우즈는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번엔 미컬슨이 응수했다. 더이상 우승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을 때 미컬슨은 역대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을 세우며 인간 한계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미컬슨은 최종 라운드에서 ‘메이저 사냥꾼’ 켑카와 동반 라운드를 했다. 구름 같이 운집한 갤러리들의 응원은 일방적으로 미컬슨에게 쏠렸다. “가자, 필(Let’s go Phil)” 함성이 끊이지 않고 쏟아졌다. 2012년 PGA챔피언십이 로리 매킬로이가 선사한 젊음의 축복이었다면 올해 PGA 챔피언십은 미컬슨이 선물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노래였다. ‘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
우리는 아직도 우즈와 미컬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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