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버즈 때문에 귀에 염증"..中국영방송 타고 해외로 '일파만파'

김윤수 기자 입력 2021. 5. 16. 06:00 수정 2021. 5.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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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매체들 "이어팁 크기 커져서 피부 자극"
삼성 "사실 아냐..이어팁 여러 크기로 제공"
아직 원인 불명..첫 피해 인정·전액환불 사례 등장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의 외이도염 이슈를 다룬 지난 9일자 중국 국영 CCTV 뉴스. /CCTV 캡처

삼성전자(005930)의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갤버즈) 프로’를 착용하고 귀에 염증(외이도염)이 생겼다는 논란이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국영방송과 이를 인용한 현지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까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국영 CCTV는 ‘천하재경(天下财经)’이라는 뉴스 코너에서 ‘삼성의 신형 무선이어폰이 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된다(三星新款无线耳机疑似引发耳部炎症)’라는 제목의 3분 54초짜리 리포트를 내보냈다.

CCTV는 “최근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신형 무선이어폰(갤버즈 프로)을 착용한 뒤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딱지가 앉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며 “중국의 삼성 갤럭시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CCTV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 “업계는 이런 문제가 이어팁의 크기가 커져서 귀 피부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인 ‘노이즈캔슬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어팁을 다른 무선이어폰보다 크게 만든 결과,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과 땀으로 인한 습도가 올라가서 염증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CCTV 보도 이후 최근 일주일간 기즈차이나(Gizchina), IT홈(IT Home) 등 다수의 중국 IT매체들이 CCTV를 인용해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어팁을 지나치게 크게(too large) 만든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다른 무선이어폰보다) 갤버즈 프로 사용자 집단에서 귀 염증 관련 컴플레인이 더 많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제품에 서로 다른 크기의 여러 이어팁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어팁 크기가 외이도염의 원인이라는 건 맞지 않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매체들이 원래 우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렇게 (악의적으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IT매체 샘모바일도 지난 10일 “삼성 갤버즈가 귀 염증을 일으킨다는 다소 이례적인 얘기가 중국에서 돌고 있는데, 중국의 통제된 방송 CCTV를 통해 보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크기의 이어팁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어팁 크기)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의 외이도염 이슈를 다룬 지난 9일자 중국 국영 CCTV 뉴스. /CCT

◇ 삼성 “커널형 자체 문제 가능성…장시간 사용 삼가”

불명확한 원인을 두고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는 동안에도 국내에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논란은 갤버즈 프로 출시 직후인 지난 2월 초부터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 커뮤니티 ‘삼성 멤버스’엔 “많은 분들이 갤버즈 프로 사용으로 인해 외이도염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고객센터와 통화한 결과, 다른 분들이 들으신 것처럼 ‘커널형 구조와 장시간 착용 때문이다. 환불과 보상 관련 지침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약 2.5㎝ 구간 부위인 외이도에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통증, 가려움, 이물감, 고름 발생 등의 증상이 생긴다. 외이도가 습하고 더울 경우, 보청기나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특히 더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를 착용 후 외이도염에 걸렸다고 주장한 한 사용자가 올린 사진. /삼성멤버스 캡처

삼성전자는 이어팁이 있는 커널형 이어폰 사용 시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보면서도 갤버즈 프로 이어팁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어팁은 출시 전 공인된 국제 시험기관을 통해 유해물질이 없다는 인증을 받았다”며 “특정 제품에 대한 문제가 아닌 커널형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원인은 지속적으로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커널형 이어폰은 갤럭시 버즈, 갤럭시 버즈 프로, 애플 에어팟 프로 등 이어팁이 있어 귓구멍 안까지 들어가서 고정되는 이어폰을 말한다. 삼성 갤럭시 버즈 라이브, 애플 에어팟 1·2 등 이어팁 없는 오픈형 이어폰과 구분된다. 커널형인 애플 에어팟 프로도 2019년 출시 이후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비슷한 이슈가 제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커널형 이어폰을 장시간 귀에 꽂은 채 사용할 경우 귀 내부의 압력과 땀으로 인한 습도 상승 등의 원인으로 피부 염증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므로 장시간 사용을 삼가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다른 무선이어폰 제품인 ‘갤럭시 버즈’와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비해 갤버즈 프로 사용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피해 사례가 제기되고 있어, 커널형 이어폰 자체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갤버즈 프로의 본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디자인이 기존 무선이어폰보다 볼록하기 때문에 본체가 외이도에 더 자주 접촉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본체에 들어간 니켈, 아크릴레이트 성분이 일부 민감한 사용자에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안내했다.

◇ 첫 전액환불 사례에 피해 보상 요구 거세질 듯

지난 13일 IT유튜버 ‘옝구리’는 갤버즈 프로 착용으로 인해 외이도염에 걸렸음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로부터 인정받고 전액 환불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날 삼성전자에 사실 여부를 문의한 결과 “전액 환불해준 건 맞다”며 “다만 본사가 아닌 서비스센터 자체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서비스센터에 어떤 기준으로 환불 결정을 내렸는지를 파악 중이다”라고 했다.

논란 100여일 만에 처음으로 전액 환불 사례가 나온 만큼, 다른 사용자들의 환불 요구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버즈 프로 착용으로 외이도염에 걸렸다는 의학적 소견 등 근거 자료가 있다면 환불이나 보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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