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뜨겁게 달군 '싱어게인', 이젠 기성 가수들 반격에 주목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은 트로트 경연 홍수 속에 등장한 또 하나의 경연 프로그램이다. 먼저 시작한 MBC <트로트의 민족>, 다음 달 방송에 들어가는 KBS <트롯 전국체전>과 TV조선 <미스트롯> 사이에서 첫선을 보였지만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싱어게인>은 트로트가 아닌, 장르 한정 없는 경연으로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단순히 트로트 경연을 답습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JTBC 음악 추억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김학민 PD는 경연 프로그램인 <싱어게인>을 맡아서도 추억을 접목시켜 놓았다. 10여 년 전 <슈퍼스타K> 인기를 시작으로 최근 트로트 열풍까지 경연 프로그램이 수없이 양산됐지만 <싱어게인> 같은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싱어게인>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본선 진출 71개 팀이 이름 대신 번호를 달고 나와 '재야의 고수', '찐 무명', '홀로서기', '오디션 최강자', 'OST', '슈가맨' 등 6개 조로 나뉘어 본선 1라운드 조별 생존전을 거치고 있다.
심사위원 유희열, 이선희, 김종진, 김이나, 규현, 선미, 이해리, 송민호 중 6인 이상이 어게인 버튼을 눌러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어게인이 4~5인이면 보류, 그리고 탈락자를 구제하는 슈퍼 어게인을 심사위원들은 사용할 수 있다.
탈락했을 경우에만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고 정체를 밝히기 때문에 번호만 달고 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가수의 정체를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경연 구성에서 추억 예능이 개입하는 지점은 '오디션 최강자', 'OST', '슈가맨' 등의 조에 소속된 경연자들의 과거다.
'슈가맨' 조는 과거 대중들이 알만한 곡을 히트시켰지만 개인적 지명도는 낮았던 가수들이 속해 있다. 이전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 본격 데뷔해서는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던 '오디션 최강자' 조도 '슈가맨' 조처럼 세월이 흘러 현재 변모된 모습을 보는 흥미로움과, 과거 경연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 여행의 재미를 동시에 전했다.
드라마와 배경 음악은 히트했지만 가수는 잘 모르는 'OST' 조 경연자들은 드라마의 명장면과 방영 시절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싱어게인>이 경연에 추억을 끌어들인 창의적 시도에 대해 시청자들은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싱어게인>은 2회 만에 시청률 5%(닐슨코리아)를 넘어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연에 등장한 가수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시청자들에 의해 정리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로 번지고 있다. 방송 시간에는 가수들과 얽힌 추억을 서로 풀어 놓느라 인터넷이 뜨겁다.
이처럼 추억과 손잡은 경연은 큰 관심을 끌며 첫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추억은 오프닝 세리머니의 화려한 불꽃놀이로 역할을 다하고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 '슈가맨' 등 기성 가수 조들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히트곡으로 추억을 자극했지만 여기까지다. 다음 라운드부터는 이들도 추억이 버무려지지 않은, 본인의 노래 실력이 온전히 두드러질 노래로 경연을 치르게 될 듯하다. 기성으로 <싱어게인> 경연에 나선 가수들은 원히트원더인 경우가 많고 1라운드에서 그 곡을 이미 불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 다른 가수의 곡이나 자신의 곡이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1라운드에서 기성 가수들은 자신들의 얼굴보다 유명한 과거 자신의 히트곡으로 추억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연에서 필요한 공연의 신선도는 떨어졌다. 무명 가수들보다 경연 결과 자체는 성적이나 반응이 덜 뜨거웠던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
오히려 만점인 올어게인은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른 26호 '너드' 가수, 통기타 하나로 무대를 흥으로 쥐락펴락했던 '누구없소'의 63호 등 무명 가수 쪽에서 먼저 연이어 나왔다. 스타성이 가득한 스타일의 '허니' 공연으로 7어게인을 받은 30호 등 무명 가수들이 심사위원들을 감탄시키는 결과가 많았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는 기성 가수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기성 가수들과 오랜만의 만남으로 추억을 우선 즐기고, 노래만 잠깐 빤짝해서 제대로 지켜보기 힘들었던 이들의 실력을 파악해보는 재미가 이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실력 있고 끼 있는 무명가수들의 거센 도전까지 추가된다. 그래서 <싱어게인>은 최근 천편일률적인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식상했던 시청자들에게 색다르면서도 풍성한 즐거움이 있는 경연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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