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괴롭혀" 유서 오리온 직원 유족, 산업재해 신청
유족 "오리온 다닐 곳 아니라는 유서 써"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등 담겨
직장갑질119, 괴롭힘방지법 빈틈 비판도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정을 내세우는 초코파이 오리온 공장에서 직장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제 딸이) 세상을 떠났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암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시민사회모임)은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서모(향년 22세)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사망 사건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접수했다.
시민사회모임은 산재 신청 전 근로복지공단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산재 신청 이유와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법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고인의 어머니 하모씨는 "제 딸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계약직으로 오리온에 취업해 3개월 후 정직원이 됐다"면서 "돈 많이 벌어 멋진 딸 되겠다던 딸은 2년이라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진실이 (딸이)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딸은 오리온은 다닐 곳이 아니라고 유서에 쓰기도 했는데, 오리온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모임에 따르면 지난 3월17일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씨는 사망 전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모임은 "주변인들의 진술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고인은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며 "상급자로부터 업무시간 외 불려 다니며 시말서 작성을 강요 당해 울면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했다.
실제로 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상급자의 실명과 직책을 거론한 후 "그만 괴롭혀라" 등의 내용도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는 "오리온은 자체 조사 결과 (딸에 대한) 성추행이나 괴롭힘 등 따돌림은 없었다고 한다"면서 "유서에 적힌 이름(의 인물)조차 징계 조치하지 않고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서씨의 고향인 전라남도 구례군의 시민단체인 구례발전포럼의 왕해전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서 "30~40명 같이 취업한 친구들이 직장을 그만뒀어도 착하디 착한 서씨는 그만두지 못했다"며 "고향 선배들이 나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청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왕 대표와 함께 행동하는 20여개 구례시민단체는 오리온의 책임있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신속한 조치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오진호 집행위원장도 참석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보복할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방지해야 할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서울남부지검에 오리온 담철곤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담 회장이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을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다.
한편 오리온 측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진행했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의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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