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일부 시·군의회 비례대표 의원 '나눠먹기' 담합 드러나

한종구 2020. 5. 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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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 일부 시·군의회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들과 '임기 나누기' 약속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공주·부여·청양에서 통합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사퇴하고 후순위 후보가 이어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한 사퇴 약속 이행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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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충남지역 일부 시·군의회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들과 '임기 나누기' 약속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임기 나누기가 확인되거나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례대표 지방의원 사퇴설이 나오는 지역은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이다.

통합당 소속 김상희 부여군의원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년 전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저와 박순화 씨가 2년씩 비례대표 군의원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4년 임기의 지방의원 자리를 놓고 전반기 2년은 자신이, 후반기 2년은 다른 인물이 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어 "공천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반반씩(2년씩)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다"며 "박순화 씨가 7월 1일부터 비례대표 부여군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6월 30일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당 부여군의원 비례대표 1번인 김 의원이 사퇴하면 비례대표 2번인 박씨가 자연스럽게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부여와 인접한 공주와 청양에서도 공천 과정에서 비례대표 임기 나누기 약속이 있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사자는 통합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인 정종순 공주시의원과 김옥희 청양군의원이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사퇴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사퇴하면 후순위 후보들이 의원직을 승계한다.

정종순 의원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입장이 정해지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고, 김옥희 의원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공주·부여·청양에서 통합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사퇴하고 후순위 후보가 이어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한 사퇴 약속 이행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임기 나누기에 대해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서로 나눠 먹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민의를 거스르고 지방자치를 망칠 뿐만 아니라 직능 대표인 전문가를 뽑는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임기를 나누겠다고 유권자에게 미리 허락을 받았으면 모르지만, 이 경우는 말 그대로 자기들끼리 밀약"이라며 "의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박탈돼 결국 유권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와 정치권의 낙후된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왜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고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하는지에 대한 정당 차원의 설명이 전혀 없다"며 "결국 이들에 대한 공천권을 가진 지역 유력 정치인과의 사적 관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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