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실언’으로 궁지 몰린 바이든,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 낙점할까

이용성 기자 2020. 5. 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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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의 발언에 “차별적이고 비인간적” 비난‘흑인 유권자 마음 얻어야 승리’...다급해진 바이든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물망

흑인 유권자에 대한 말실수로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궁지에 몰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흑인 여성 러닝메이트 카드’를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흑인 유권자들의 중요성으로 볼 때 그만한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미셸 오바마.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방송된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에 출연해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you ain't black)"고 말했다. 이 발언은 흑인이라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연히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방송 이후 거센 논란이 일었다. 흑인 유권자를 생각 없이 자신을 찍을 거수기로 보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바이든의 발언에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위터에서는 ‘#YouAintBlack’이란 해시태그(검색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검색어 앞에 #을 붙인 것)가 유행했다. 해당 방송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는 조회수가 60만회를 돌파했고, 2만개 가까이 달린 댓글에는 바이든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오만하다" "역겹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즉각 바이든의 발언을 "인종차별적이고 비인간적(racist and dehumanizing)"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캠프에서 흑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카트리나 피어슨 수석 고문은 "바이든은 흑인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적대적인 인종 공격"이라고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는 한술 더 떠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들여 바이든 전 부통령의 실언을 부각하는 디지털 광고를 준비 중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Pew)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08과 2012년 대선의 흑인 투표율은 모두 65%를 넘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결한 2016년 대선의 흑인 투표율은 59%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을 클린턴 전 장관의 주요 패인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클린턴 전 장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흑인 유권자의 민심을 반드시 돌려놔야 하는 상황이다.

흑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깊은 충성심 또한 흑인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지목돼야 하는 이유다. 미국 내 흑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특히 1·2차례 민주당 경선에서 3위권에도 들지 못하다가 ‘흑인 유권자’의 몰표를 기점으로 기사회생한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꼭 잡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각별한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제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선택해야 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이든의 발언 이후 미국 주요 언론들은 구체적인 후보까지 거론하며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흑인 여성 러닝메이트’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자 칼럼에서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하마평에 오르는 흑인 여성 4명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2018년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주지사 후보가 된 스테이시 아브람스와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발 데밍스 하원의원(플로리다),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섰다가 지난해 12월 중도 하차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풍부한 외교 경험을 한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포함됐다.

앞서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의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아브람스는 트럼프 측근으로 분류되는 브라이언 켐프에게 밀려 선거에 패배했지만, 민주당 경선 승리 만으로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WP에 따르면 아브람스는 앞서 "흑인 여성도 미국에서 부통령을 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가정부와 경비원 부모 밑에서 자란 발 데밍스 하원의원은27년 간 경찰에서 일하며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경찰국장까지 지냈다. 데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하원 탄핵소추위원 7인 중 한 명이다.

그는 탄핵심사 연설에서 가정부와 경비원 가정에서 자란 흑인 소녀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미국뿐"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WP는 이런 데밍스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나선다면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의 인종 차별 문제를 끄집어내 한때 ‘바이든 저격수’로 불렸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현재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자메이카와 인도 이민자의 자녀로서 ‘7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든의 가장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오바마 행정부에서 풍부한 외교 경험을 한 수잔 라이스의 경우 선출직 경험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하지만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충분히 검증됐다고 WP는 평가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도 최근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뛰어난 여성 중 한 명이 되어 영광스럽다"며 "요청이 들어온다면 승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을 잘 안다"며 "그는 미국의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며 모든 것을 다해 돕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갤럽 조사에서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가장 존경하는 여성 1위에 오를 정도로 미국에서 영향력이 크다. 바이든도 4월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가 러닝메이트가 돼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셸 오바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미셸 오바마 자신이 정치판과 선출직에 관심이 없다는 것. WP에 따르면 오바마의 선임고문이었던 발레리 자렛은 “미셸이 선거에 나갈 확률은 0%”라고 말했다. 바이든도 러닝메이트로 미셸 오바마를 원한다고 밝힌 라디오 방송에서 “하지만 미셸은 다시 백악관 근처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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