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너희 나라 돌아가" 혐오가 죄가 되지 않는 나라?
[앵커]
외국에 나갔는데 아무 이유 없이 너희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면 황당하겠죠. 특정 집단을 향한 공공연한 증오 발언,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라고 하는데, 요즘 한국에서 외국인을 향한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게에서 당신에게는 물건을 안 파니 나가달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기자]
지난달 22일 저녁 경기도 안성의 한 버스 정류장입니다.
택시를 기다리던 이집트인 모하메드 사브리 씨에게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소리를 지릅니다.
[(당신이 나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네가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면 돌아가라고.]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당신이 여기서 문제를 만들고 있어.]
이 남성은 주변에 있던 한국인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외국인한테 시비 걸어요.]
경찰에서는 사브리 씨가 자신을 쳐다봐서 그랬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남성을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인종차별 행위는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모하메드 사브리/이집트인 : 저는 그가 제게 한 행동들을 녹화했고, 제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제가 그걸 한 이유는 경찰이 한국에서 인종차별은 범죄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왜죠?]
지난 12일 저녁 수원의 한 편의점입니다.
음료수를 사러 간 미얀마인 4명은 그냥 나가달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유가 뭐예요. 이유를 말해봐요.) 안 됩니다. (경찰서 진짜 신고합니다.) 네.]
편의점 옆 지구대를 찾아갔지만 경찰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며 이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온라인에서 외국인 혐오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 7월 한 한국인 남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입니다.
자신의 앞에서 춤추는 흑인 여성을 비하하며 얼굴까지 그대로 올렸습니다.
영상에 수백개의 댓글을 단 한국인들은 대부분 혐오스러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뒤늦게 외국인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신고하며,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수 년 전부터 차별적인 표현과 행동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의 차별 문제는 심각하지 않고, 현행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모하메드 사브리/이집트인 : 다른 사람들도 한국인처럼 인간이에요. 우리는 동물이 아니에요. 우리는 인종차별이 한국에 퍼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왜 인종차별 법은 한국에 없죠?]
◆ 관련 리포트
[이슈플러스] 일 재특회 10여년…"외국인 혐오 실태, 그들과 닮았다"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987/NB116829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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