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총수냐 아니냐' 공정위의 고민
[경향신문]
다음달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네이버가 16일 자사를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달라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 공정위의 향후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 곧바로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 관련 규제가 적용된다. 네이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사진)이 총수(동일인)로 지정될지 여부다. 공정위가 이 전 의장에 대해 경영상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 총수로 지정하면 이 전 의장 일가에는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 등) 등이 부여된다. 가족의 주식 소유 현황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이 전 의장이 지난 14일 공정위를 방문해 총수 지정과 관련된 의견을 전달한 이후 관련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 요건을 판단할 때 지분율과 지배력을 본다.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6%다. 공정위 측도 “4%가량의 지분율로 총수로 지정된 사례는 과거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대표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난 상태라 외형적으로도 총수와는 거리가 있다.
공정위 측은 다만 지배력 요건에 있어서는 총수 지정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정위 측은 “이사회 구성이나 대표이사 임명 체계 등 의사결정 구조를 보고, 1인이 경영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볼 경우 총수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계열사들은 모기업이 거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자사가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지배구조’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의 주장대로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 전 의장의 경우 아직까지 네이버의 이사회 구성 및 인수·합병, 인사 등 주요 결정사항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장의 동창이 사외이사로 들어오는가 하면, 이사회가 실질 오너에 대한 견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사주와 미래에셋대우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이 의장을 지지하는 지분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76%)의 영향력을 넘어선다는 평가도 있다.
또 네이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경우 ‘특혜’ 시비도 불거질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집단은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었다. 네이버는 최근 전 임원이 청와대에 진출한 바 있어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오갔다.
시민사회에서는 네이버의 요구에 대해 ‘책임 회피’란 시선도 보내고 있다.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인 역할이 요구되는데,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례는 특이한 지배구조를 가진 IT 기업들이 대기업집단에 접어들기 시작하며 발생한 것이라 공정위의 판단은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미칠 영향이 커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가 속속 출연하고 있는 만큼, 새 규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기존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 중에 네이버와 같은 유형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며 “재벌과 다르다는 네이버의 주장은 별개로 따져봐야 하지만 대기업집단 내에서 소유·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가 출연하는 상황에서 새 규제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주영재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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