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에게 불고 있는 '레고 열풍'의 심리학
"레고 매장에서 사서 뜯지도 않은 상품이에요. 중고라고 해도 중고 아닌거죠. 6만5000원에 드릴게요."
장난감 레고가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장난감 시장에 어른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뛰어든 것이다. 그 여파로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레고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선 정가(6만1500원)보다 비싼 중고품(6만5000원)이 거래되고 있다. 이마트 등 할인매장에서 4만9900원에 판매됐던 것을 고려하면 중고시장에서 20%를 웃도는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고 제품은 지난 3월 1일 출시된 '레고 마블 수퍼히어로 헐크 버스터 스매시 76031'이다. 영화 속 캐릭터인 헐크와 아이언맨 인형이 들어있는 상품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김미영(32)씨는 최근 어른들의 레고 열풍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6살 아들이 졸라서 대형마트 레고 매장을 찾았다가 성인 남성과 경쟁했던 일이 있어요. 하나 남은 레고 제품을 집어 들려고 하는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꼭 사고 싶은 제품인데 양보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하더라구요. 근데 칭얼대는 아이 때문에 양보를 할 수 없었죠." 그는 "어른들이 무슨 매력에 장난감에 빠져드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이 물음에 레고 매니아인 회사원 김영수(30·서울 노원구)씨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레고에 푹 빠져 있는데 가지고 놀지 않고 진열장에 전시만 해놔도 히어로에 대한 동경심이나 애정이 생겨 좋아요. 조립 장난감을 만들다 보면 집중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려서 돈이 아깝지 않아요."
웃돈을 주고서라도 레고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른바 '레고테크'를 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면세점에서 산 명품가방을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남겼던 이른바 '샤테크(샤넬백테크)' 처럼 해외에서 레고를 들여와 되파는 곳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오는 레고 가격도 7만~9만9000원까지 다양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저마다 다른 경로로 '레고 76031' 제품을 공수하고 있다"며 "해외직구부터 사재기까지 여러 방법이 있는데 각기 다른 마진을 붙여 팔다 보니 가격이 다르다"고 했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특별히 한정판매하는 제품도 아니고 수요가 많은 것을 고려해 주문을 충분히 하는 상황이지만, 인기 있는 제품은 재고가 쌓이기도 전에 판매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고 했다.
이처럼 장난감에 빠져들 만큼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키덜트(Kidult)'라고 부른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가리키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일본에선 이런 현상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1980년대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모델을 인형으로 만든 제품을 수집하는 어른들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놀이의 연령파괴현상으로 설명한다. 어른은 어른답고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어른들의 놀이문화가 여러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의 소재를 다방면에서 찾다보니 예전에 친숙했던 장난감에 집착하는 성인들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도 이런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가라앉고 사회가 각박해지면 경쟁보다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며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심리도 키덜트 문화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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