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공약 후퇴 '배반당한 50대'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당초 약속한 20만원에서 지급액이 차감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무너졌고, 20~40대와 50대 다수에게도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보다 불리해졌다. 노령기 진입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대거 지지했던 50대로선 '배반'을 당한 격이 됐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353만명(60%)에게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확정해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 통계를 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1176만9000명(만 18~59세)의 평균 가입기간은 9년을 조금 넘는 109개월이다. 지금까지 평균 가입기간만큼 즉, 9년동안 지속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54세 가입자가 65세 노인이 될 때까지 계속 보험료를 낸다면 가입기간은 20년이 된다. 정부안대로라면 이 가입자가 2024년부터 받게되는 기초연금은 월 15만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더 오래 가입했다는 이유로 애초 약속보다 지급액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50대는 사회생활을 서른살 안팎에 시작했더라도 대략 15년 이상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 기초연금 수령액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계산할 때, 지금까지 15년 동안 보험료를 내온 50세 국민연금 가입자가 65세까지 국민연금을 15년 더 유지하면 기초연금은 10만원만 받게 된다.
정부는 내년에 65세 이상 노인의 60%에 대해 공약을 이행했다고 했지만, 50대부터는 챙기지 못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현재의 50대는 20만원 수령자 숫자가 현재 65세 이상보다 상당히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대가 노령기로 진입하는 2028년부터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비해서도 확실한 손해를 입는다. 현행 제도에선 15년 뒤부터 국민연금 가입 여부·기간 관계없이 매달 20만원(현재가치 기준)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2008년부터 약 20년동안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해온 사람이 65세가 됐을 때 받는 기초연금은 10만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 하에선 이들은 10만원이 아니라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50대는 18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89.9%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62.5%(방송사 출구조사)가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킨 '최대 지지층'이었으나 기초연금 공약의 역풍을 먼저 맞닥뜨리게 됐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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