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남경 실체 드러나나

2007. 11. 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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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일대 잇단 고려유물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길게 보면 2천년, 아무리 늦게 잡아도 1천50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기 백제 왕성(王城) 자리를 서울 도심지 지하에서 찾아내는 마당에 '겨우' 600년 전에 자취를 감춘 고려시대 왕궁 자리가 여전히 미궁이다.

고려 건국 초기에 수도 개성을 중심으로 옛 고구려 도읍에 설치한 서경(西京.평양)과 옛 신라 도읍 경주에 둔 동경(東京)을 포진시킨 고려의 3경(三京) 체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동경이 탈락하고 그 자리를 남경(南京)이 차지하게 된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의하면 고려는 문종 20년(1067) "12월에 양주(楊州)를 고쳐 남경유수관(南京留守官)으로 하고, 이웃 군(郡)의 백성을 이주시켜 채웠다"는 기록을 시발로 남경을 개성 다음 가는 대도시로 육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남경의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서는 막연히 지금의 경복궁 뒤편 청와대 일대를 지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실록에서 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을 전왕조인 고려시대 남경의 남쪽이라고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남경 자리가 최근 경복궁 일대에 대한 발굴과정에서 많지는 않지만 고려시대 유물이나 유적이 잇따라 감지됨으로써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광화문 일대 발굴 성과는 학계의 각별한 주목을 받고있다. 조선 고종 때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된 광화문 자리 바로 밑에서 경복궁 창건 초기에 그 남쪽 정문으로 완공된 광화문 터가 확인된 데 이어 그 아래 층에서 고려시대 문화층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유물은 기와가 주종을 이루지만, 돈(墩)이라고 일컫는 최고급 청자 파편도 포함돼 있다. 이 돈이라는 청자는 중국 역대 회화 작품 등에서 사람이 앉는 의자라든가, 다른 물건을 얹어놓기 위한 받침대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고려시대 개성 등지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공장인 전북 부안 지역 가마터에서는 이런 돈 파편이 꽤 보고됐다고 국립중앙박물관 김영원 미술부장은 말했다.

기와라든가 청자 유물은 지금의 경복궁 일대에 꽤 위상이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지난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경복궁 흥복전지와 함화당 및 집경당 행각지 일대에 대한 발굴성과는 더욱 주목을 받고있다. 이곳에서 고려시대 문화층인 지하 배수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배수로는 현재의 지표면에서 지하 330㎝ 지점에서 확인된 것으로 양쪽에 벽석(壁石)을 안쪽 방향으로 맞추고 그 내부는 유선형으로 땅을 파서 물을 빼내기 위한 도랑을 만든 형식이다.

배수로 내부에서는 고려시대 기와편과 전돌편이 다량으로 나왔다. 기와 중에는 '官'(관) 혹은 '궁'(宮)으로 판독할 수 있는 명문(銘文)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 어떤 경우건 지금의 경북궁 구역 정중앙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약간 치우친 지점에 고려시대 관아(官), 혹은 궁궐 건물이 자리했을 수도 있다는 고고학적 증거물인 셈이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런 성과를 두고 "이곳 경복궁 터에 고려시대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확인한 최초의 증거자료이며, 향후 발굴조사를 통하여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되면 고려 남경의 위치도 추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90-91년 같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사한 강녕전과 교태전 일대 지하층에서도 고려시대 유물로 판단되는 귀면문(도깨비 문양) 기와와 함께 "고려시대 건물지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정되는 건축물 흔적도 확인된 적이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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