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 돌파 앞둔 감독이 전한 말 "사실 속편은.."

[인터뷰] 속편은 나올까…장재현 감독이 전한 '파묘' 못다한 이야기
장재현 감독이 '파묘'의 1000만 영화 등극을 앞두고 흥행을 기념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가 곧 1000만 영화 등극을 앞두고 있다.

2월22일 개봉한 '파묘'(제작 파인타운 프로덕션)는 거액의 이장 의뢰를 받고 수상한 묘를 팠다가 불길한 일들에 휘말리는 풍수사, 장의사, 무당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로, 개봉 24일째인 지난 16일 900만명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파묘'는 20일까지 952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1000만명까지 48만명만을 남겨뒀다. 오컬트 영화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으로,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로 오컬트 한 우물을 판 장재현 감독이 데뷔한지 9년 만에 일군 성취다.

'파묘'가 95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소식이 전해진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장재현 감독을 맥스무비가 다시 만났다.

그는 개봉 때와 달리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이날 자리에서 1000만 흥행 소감을 비롯해 모 감독의 좌파 영화 공격과 중국의 불법 시청 등 영화 개봉 이후 불거진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 얘기했다. 또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속편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자신의 연출관을 밝혔다. 장재현 감독이 전한 얘기들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1000만 영화 등극을 앞둔 소감은.

"안 되면 어쩌지?(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늘 생각하는 건 손익분기점이고, 영화를 만들고 나서는 늘 아쉬움만 보인다. 그래서 단한번도 1000만은 생각해본 적 없다. 처음에는 어벙벙했는데 배우도 스태프도 다들 좋아하니까 저도 좋다. 주변에서 '네 평생 이런 시간이 또 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냥 즐겨'라고 하더라.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있다."

-아쉽다고 했는데 뭐가 그리 아쉬웠나.

"매 신, 매 장면이 아쉬운데 굳이 하나 얘기하면 대살굿 장면이다. 배우들은 진짜 잘했는데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50% 정도밖에 못 따먹은 것 같다. 시간도 부족했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더 잘 담았을 것 같은데…"

관객들이 명장면에 꼽는 대살굿 장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이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배우들이 연기한 것보다 못 나왔다고 얘기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왜 이렇게 사람들이 '파묘'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나.

"스코어는 배우들의 영향이 큰 거 같다. 배우들이 역할을 잘 소화해줬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잘 맞아떨어진 거 같다."

"사실 저는 관객들을 분석하고 타깃층을 고려해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제가 첫 번째 관객이라 생각해서 제가 재미있는 것 위주로 영화를 만드는데, '파묘'를 만들 때가 팬데믹 시기여서 그런지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재미 있고, 처음 보는 것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만들 때의 초심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희미해지다가 영화를 완성할 무렵에 다시 드러나는데, 영화가 개봉을 하니까 그게(초심이) 새삼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파묘'가 국내를 넘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도 인기다.

"한국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과거에 대한 감정, 정서를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이 영화의 90% 아니 95%는 장르적 재미를 끌려고 하는데 중점을 뒀다. 외국 관객들도 장르적 재미를 봐준 게 아닐까."

-개봉 이후 좋은 꿈 같은 거 꿨나.

"평소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꿈은 오히려 시나리오 쓸 때 많이 꾸는 편이다. 꿈 꾸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메모를 하기도 하고. 대개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보면 뭐라고 적었는지 못 알아본다."

-꿈에서도 영감을 얻나.

"그렇다. 시나리오를 쓸 때에는 그 세계에 늘 젖어있기 때문이다. 쓰다가 막히면 뉴스를 보거나 유튜브를 볼 때에도 그 생각만 한다. 눈 감고 있어도 그 생각만 해서 꿈 속에서도 일을 하는 편이다. 시나리오 쓸 때에는 정신병이다 싶을 만큼 꽤 심하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나 '쇠말뚝'도 그렇고 영화에 풍수나 무속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얼마나 믿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풍수지리사 세 분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파묘라는 소재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면서 파고 파고 또 파서 안으로, 과거로 깊이 들어가 보니까 늘 그 끝에는 '한'(恨)에 도달하게 되더라."

"풍수지리사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쇠말뚝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고, 저도 믿을 수 있다 없다를 쉽게 결정할 수 없어서 이게(쇠말뚝) 그대로 나오면 안되겠다 판단했다. 그래서 그것을 상징할 수 있는 걸로 대체하기로 하고 정령 사상을 들여오면서 '험한 것'이 탄생했다."

"저는 사람들이 쇠말뚝이 있다 없다에 포커싱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저한테는 그게 있든 없든 꺼내서 없앴다는 게 중요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서 무속이나 풍수지리, 전통장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미 있고 좋은 것 같다."

'파묘'는 거액의 이장 의뢰를 받고 묘를 팠다가 기이한 사건이 휘말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민식(오른쪽)과 유해진(왼쪽)이 풍수사와 장의사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쇼박스

-항일 영화라는 의견과 동시에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저는 그 의견(항일 영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오타쿠다 싶을 만큼 일본의 문화를 존중하고 좋아한다. 일본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이 제 영화적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됐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절대로 어떤 나라에 포커싱을 둔 게 아니라 우리의 과거에, 피묻은 우리나라 땅에 집중하려고 했다."

-좌파 영화라고 공격하는 이도 있었는데.

"영화를 받아들이는 게 가지각색이니까 그런 쪽으면 받아들이는 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중국의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저도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영화를 사랑하고 곧 '패왕별희' 등 장국영 영화가 재개봉하지 않나. '파묘'가 중국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 좋겠다."

-'파묘'의 흥행에 대해 영화계에서 더 축제처럼 여기는 거 같다.

"'서울의 봄'이 한국영화계에 큰 생명줄 됐고, '파묘'가 일정 부분 '서울의 봄'에 빚을 졌다. 김성수 감독님이 제 사수이기도 하고 그쪽 스태프가 '파묘'로 많이 넘어왔다. '서울의 봄'은 흔히 말하는 흥행 공식이라고 하는 요소가 많지 않은 영화다. 그 영화를 보면서 '잘 만들면 되는 구나' '관객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하면 되는 구나'를 느꼈다."

"산업적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영화계가 참 어렵지 않았나. 최민식 선배님을 비롯해서 유해진 선배, 김고은 등 모든 배우들이 극장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고 정말 좋아했다. 다들 '그래 맞아, 우리가 이 맛에 영화를 하지' 그랬다. 이 열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파묘'는 거액의 이장 의뢰를 받고 묘를 팠다가 기이한 사건이 휘말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고은(오른쪽)과 이도현(왼쪽)이 모당을 연기했다. 사진제공=쇼박스

-'파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 있나.

"거의 대부분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해석하게 만드는 건 실패라고 생각한다. 즐겁냐, 슬프냐, 관객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지 해석하게 만들게끔 하려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해석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고 '디깅'한다고 했을 때 영화에 대한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건 좀 행복하다."

-관객들이 아직 찾지 못한 디테일이 있다면.

"관객들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잘 모른다. 캐릭터 이름이나 차량 번호, 차량 색깔, 신는 신발 이런 것들을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다. 그보다는 이 캐릭터, 이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해서 밀도 있게 채우려고 하다 보니까 관객들에게는 이스터 에그처럼 다가간 것 같다. 제가 잘하지 못해서 한번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웃음)

-최애로 꼽는 오컬트 영화는.

"제 최애 오컬트는 '엑소시스트'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다. 각 영화를 1000번씩 봤을 거다. '파묘'에서 '드라큐라' 오마주도 했다. '드라큐라'에 드라큐라가 박쥐로 변했을 때 사람들이 십자가를 들이대는 장면이 있다. 드라큐라가 '이런 십자가로 나를 없애지 못해'라며 후 불어서 십자가를 불태우는데 그 장면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파묘'에 그 장면이 담겨 있다."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 '검은 사제들'을 내놓은지 9년 만에 1000만 감독 등극을 앞뒀다. 사진제공=쇼박스

-'파묘'가 흥행하면서 속편이나 시리즈 제작에 관심이 뜨겁다. 감독의 생각은.

"기획 단계에서 투자사에서 웹툰이나 드라마로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몰라도, 흥행을 위해서 우겨넣어 영화를 만드는 건 제 연출관은 아니다. 다만 캐릭터들은 매력이 있으니까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누군가 만들어주면 고마울 것 같다."

"저는 했던 것을 또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컬트라는)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진보해나가고 싶다. 제 자신이 새로운 것, 진보한 것이 보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