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아이돌만 만났다는 40대남성의 정체

엄태구 설현

과거 엄태구는 '연기돌 멜로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린 바 있다.

영화 '안시성'에서 설현과,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한선화와, 그리고 '판소리 복서'에서는 혜리와 로맨스 호흡을 맞춰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이에 한 인터뷰에서 엄태구는 "'연기돌 멜로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는 과찬"이라며 "운이 좋아서 김설현, 한선화, 이혜리와 연기한 것 같다"며 수줍어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선화와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를 통해 호흡을 맞춘 그가 설현과 다시 한번 더 만났다. 바로 디즈니+ 드라마 '조명가게'를 통해서 말이다.

'조명가게'는 엄태구와 설현뿐만 아니라 주지훈, 박보영, 배성우,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최근 공개돼 국내외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디즈니+
[영업 개시 '조명가게'] 디즈니+의 총력전 배경 '강풀 유니버스'
강풀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로 옮긴 '조명가게'. 사진제공=디즈니+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한국 콘텐츠의 기세를 적극 활용하려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전략 아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의 새로운 시리즈 '조명가게'가 4일 베일을 벗는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주지훈과 박보영, 엄태구 등 스타들이 뭉친 8부작 판타지 드라마다.

지난달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4'에서 디즈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중에서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디즈니+가 선보여온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얻은 반응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에 힘입어 디즈니+는 '조명가게'를 시작으로 내년에만 9편의 한국 작품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다.

● 디즈니+가 '조명가게'에 집중하는 이유

'조명가게'를 향한 관심은 지난해 공개한 '무빙'의 성공에 따른 후광효과가 결정적이다.

'무빙'의 원작 웹툰은 누적 조회수 2억회를 넘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강풀 작가는 원작의 분위기를 드라마로도 이어 극본을 직접 3년간 집필했다.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부모와 자녀들이 불의에 맞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뭉친 풍성한 서사와 캐릭터를 구축했다.

가족애가 밑바탕이 되는 '한국형 히어로'를 그린 '무빙'은 한때 '한국 철수설'이 불거질 정도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디즈니+의 한국 콘텐츠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됐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최다 시청한 디즈니+ 로컬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최근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

'무빙'뿐만이 아니다. 한국 콘텐츠는 2023년 디즈니+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최다 시청 상위 15편 중 9편을 차지할 정도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배우 이동욱·김혜준 주연 '킬러들의 쇼핑몰'과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과 지민의 '이게 맞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 1위에 각각 올랐다. 한국 콘텐츠의 성공은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라인업을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취재진 400여명을 초청해 열린 이번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도 '조명가게'는 디즈니+가 가장 주력한 메인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디즈니가 영화 등을 포함해 발표한 라인업 50여편 가운데 유일하게 '조명가게'만 약 30분 분량의 내용을 선공개해 관심을 유도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발휘하는 기반을 다졌다.

● '무빙' '조명가게' 연결될까

'조명가게'와 '무빙' 사이에는 강풀 작가 외에도 김희원이라는 존재가 있다. '무빙'에서 극의 무대인 정원고 담임교사 최일환을 연기한 김희원은 '조명가게'를 통해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그에게 연출을 제안한 강풀 작가는 "김희원이 난해한 '조명가게'의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고 믿음을 보였다.

팬들은 '무빙'에서 '조명가게'로 이어지는 이른바 '강풀 유니버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강풀 작가는 웹툰을 통해 서로 다른 작품들의 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팬덤을 구축해왔다. 디즈니+가 '조명가게'에 집중하는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단일 시리즈에 머물지 않고, '무빙'을 포함해 또 다른 작품들로 이어지는 '강풀 원작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강력한 기대가 깔려 있다.

'조명가게'와 '무빙'을 아우르는 이야기 확장에 대해 강풀 작가는 "'무빙'의 배경이 2018년인데 '조명가게'의 시기도 같다. 일단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수수께끼같은 작가의 발언으로 디즈니+와 손잡은 강풀 유니버스를 향한 더 큰 궁금증이 형성되고 있다.

'조명가게'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즈니+

● '조명가게'만의 경쟁력은?

'조명가게'는 2011년 연재된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누적 조회수 1억5000뷰를 돌파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좀 더 확장된 캐릭터와 서사를 다룬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인 의문의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지닌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공포, 스릴러, 멜로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초자연적인 요소에 긴장감을 더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원영이 지키는 조명가게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그곳은 낯선 손님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엮이는 특별한 장소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김희원 감독은 "'조명가게'는 독특한 공간이지만 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을 기준에 두고 연출했다"며 "보는 이들의 정서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촘촘하게 연결된 캐릭터들도 주목할 만하다. 주지훈과 박보영을 비롯해 김설현,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 여러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강풀 작가는 "'무빙'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생각했고, '조명가게'도 사람들 이야기로 생각했다"며 "인물간 관계를 조금 더 보여주기 위해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작보다 "더 풍성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