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스타들의 한글 사랑
일명 ‘윌 스미스 뺨치기 사건’으로 이슈가 됐던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한국인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졌을 옷이 등장했다. 영국 배우 겸 가수 리타 오라가 입은 한국 민화 드레스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애프터 파티인 ‘베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이 특별한 드레스를 입었다.
리타 오라의 사례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국의 문화가 담긴 의상을 입고 등장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있다. ‘대한외국인’ 스타들의 옷을 탐방했다.
◇족두리 쓰고 등장한 배우
화제의 민화 드레스는 디자이너 박소희 씨의 작품이다. 우리나라 민화에 영감을 받은 박 디자이너는 이 의상을 2022 가을·겨울(F/W)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 선보였었다. 드레스 위에 덧붙여진 흰색 가운의 하단에는 소나무, 사슴, 파도, 산 등 우리니라 경치를 담은 민화가 반영됐다. 소나무, 사슴 등은 수천 개의 비즈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장식됐다. 또한, 고급 직물인 한산 모시를 사용해 민화의 우아함을 더했다. 파티장에서는 아름답다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난히 한복을 사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도 있다. 미국의 원로 배우 샤론 패럴이다. 그는 2014년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개량 한복 드레스를 입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의 모습을 재현한 드레스였다. 이듬해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그는 한복에 족두리를 착용했다. 2014년과 달리 한복 변형한 드레스가 아닌 한복 그 자체를 입고 등장해 큰 관심을 받았다.
한글이 적힌 옷을 입은 스타도 있다. 전설적인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006년 ‘신흥호남향우회’라는 글자가 새겨진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이 드레스가 명품 브랜드 ‘돌체&가바나’의 자회사인 'D&G'의 옷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패션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의 한글 사랑도 각별하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했던 그는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샤넬의 ‘2015/16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에서 한글, 한복의 조각보, 색동저고리 등 한국 문화를 활용한 의상을 런웨이에서 선보였다. 2018년 10월에는 칼이 디자인한 옷을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입어 화제가 된 적 있다. 검정 원단에 한국, 서울, 코코, 샤넬 등의 한글을 하얀색으로 직조한 옷이었다.
한글이 새겨진 옷으로 자기 뜻을 밝힌 스타도 있다. 영화 ‘사이드웨이’, ‘눈먼 자들의 도시’ 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얻은 한국계 미국 배우 샌드라 오는 2020년 패션 잡지 보그 영국판을 장식하며 한글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적힌 옷을 입었다. 그가 입은 의상엔 무궁화와 태극기의 건곤감리도 새겨져 있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버키 역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세바스찬 스탠은 종종 한글로 ‘셉’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2016년 10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팬 이벤트 ‘위저드 월드 코믹콘’에 참여했을 때 팬에게 선물 받은 옷이다. 셉은 세바스찬의 애칭이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사랑받는 한글과 한복. 전 세계인들이 K-POP을 듣는 게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닌 것처럼, 외국인이 한글이나 한국 문화가 반영된 옷을 입는 게 낯설지 않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수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