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버지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날, 아들은 홈런을 쳤다!...'이게 가능해?' [이상희의 메이저리그 피플]

이상희 기자 2025. 3. 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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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 ML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전 메이저리거 제프 코나인이 31일(한국시간) 마이에미 구단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가졌다. 구단 역사상 최초였다)

(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아버지가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치르고 난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한 아들이 홈런을 쳤다' 영화에나 나올 만한 스토리가 메이저리그 필드에서 실제로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피츠버그와 홈팀 마이애미의 경기가 열린 3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 디포 파크에선 경기 전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마이애미 구단 최초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린 것.

마이애미 구단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오른 주인공은 바로 과거 이 팀에서 뛰었던 1루수겸 외야수 제프 코나인(59)이었다.

미국 워싱턴주 출신인 그는 대학생이었던 198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8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 라운드가 말해주듯 거의 막차로 선택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프로에 와서 빛을 발하며 단 3년 만인 199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빅리그 초반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코나인은 1993년 마이애미의 전신인 플로리다로 트레이드 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해 총 162경기에 모두 출전한 코나인은 타율 0.292, 12홈런 79타점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754로 좋았다.

(제프 코나인이 30일 피츠버그 vs 마이애미 경기 전 시구를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단 3년 만에 주전자리를 꿰찬 코나인은 이후 거침이 없었다. 리그 정상급 1루수 겸 외야수로 인정 받은 그는 3할 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1994년과 1995년 2년 연속 팬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에도 뽑힐 만큼 대중의 인기도 높았다.

특히 그는 플로리다 시절이었던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캔자스시티-볼티모어로 팀을 옮겼지만 플로리다가 마이애미로 팀명이 바뀐 2003년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진 마이애미가 유망주 2명을 내주며 코나인을 재영입한 것.

당시 사람들은 무리한 트레이드라고 비난했지만 마이애미의 예상은 적중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와 출전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코나인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타율 0.458, 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해 진출한 월드시리즈에선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타율 0.333을 기록하며 친정팀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플로리다 시절을 포함 역대 마이애미 선수 가운데 1997년과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한 이는 코나인이 유일하다.

(31일 경기를 앞두고 마이애미 구단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치른 제프 코나인(중앙)과 그의 오른쪽에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서있는 그의 아들 그리핀. 아버지의 뒤를 이은 2대 메이저리거가 됐다 )

이후 볼티모어-필라델피아-신시내티-뉴욕 메츠를 거친 코나인은 2007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17년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빅리그에서 모두 2024경기에 출전한 그는 통산 타율 0.285, 214홈런 107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은퇴 후 플로리다 대학야구팀 코치와 방송해설가 생활을 거친 그는 지난 2023년 마이애미 구단의 특별보좌로 영입됐다. 코나인이 유니폼을 벗고 지내는 동안 그의 아들 그리핀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52번으로 토론토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58라운드였던 아버지보다 훨씬 더 빠른 상위지명을 받았다.

그리핀은 이후 한 차례 트레이드를 거쳐 지난해 8월 현 소속팀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프로진출 6년 만이다. 프로진출 후 단 3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아버지에 비해 3년이란 세월이 더 걸렸다.

아버지가 31일 마이애미 구단 최초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가졌던 그 장소에서 아들은 8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팀이 1:2로 뒤진 7회말 좌측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동점 홈런을 쳤다. 마치, 아버지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축하하기 위한 축포를 터트린 것 같았다. 그리핀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마이애미는 9회말에 한 점을 더 뽑아 3:2 역전승을 가졌다.

(마이애미 구단 최초로 '명예의 전당' 주인공이 된 제프 코나인(오른쪽))
(제프 코나인의 아들 그리핀이 31일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수훈선수 인터뷰 중 동료들의 얼음세례를 받고 있다)

그리핀은 전날 경기에서도 피츠버그 외야수 잭 스윈스키가 친 홈런성 타구를 펜스 바로 앞에서 점프해 잡아내는 놀라운 수비력을 보여줬다. 당시 이 장면을 마이애미 중계진과 함께 지켜본 아버지 코나인은 "우리 때 외야펜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다"며 농담을 건네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들 그리핀도 경기 후 가진 마이애미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내가 주역이다"라는 농담을 건네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재미난 입담 역시 '부전자전'이란 소리를 들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많은 야구팬들은 마이애미가 거둔 개막 '위닝시리즈'보다 코나인 부자가 보여준 영화같은 장면에 더 열광했다.  

부친에 이어 아들마저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치른 바로 그 장소에서 아들이 홈런을 터트린 건 영화에서나 볼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니! 팬들이 메이저리그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또 생긴 셈이다.

사진=마이애미 구단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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