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터리 교환형 전기자동차 개념의 재등장 – 허와 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정교수

전기자동차의 등장 초기에는 전기동력 장치의 에너지 저장을 담당하고 있는 배터리 셀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그 실용성에 대해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는 실제로 전기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전개에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노력이 시도되었다. 이 당시에는 배터리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낮아져서 상업적 경쟁력이 지금처럼 강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고, 다만,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듯이, 초기에만 해도,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했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까지 만해도 배터리 가격 대비 수소 연료전지의 가격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볼 때는 배터리의 가격과 배터리 충전 인프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수소 기반의 차량과 수소 충전인프라에 비해 더 나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수소기반의 자동차에 대한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들고 있다. 또 다른 노력도 있었다. 초기 배터리의 가격이 매우 고가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차량을 구매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법의 하나로, 배터리 팩을 교환 장착하는 방식의 전기자동차를 개발하였다. 소비자는 배터리 팩이 없는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초기 비용을 절감하게 하는 방법이었고, 다만, 배터리 팩을 사용하는 만큼에 대한 사용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시장에서 직접 시행하고 그 사업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수많은 투자자의 지원아래에서 시장의 검증을 진행했었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자동차를 확산시키기 위하여 여러 지역에 배터리 교환 센터가 설치되었고, 실제로 사용하면서 그 사업모델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여러분 들 중에도 그 회사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Better Place" 라는 회사는 이 방법을 가장 큰 규모로 시도했던 회사이다.

사진 베터 플레이스

배터리를 교체하는 위치나 장착 방법은 다소 다르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실증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고,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Better Place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매우 비싼 시기였던 2007년부터 이 사업모델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회사가 파산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 시범사업 진행 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며, 그 후속 노력들이 전무한 상황이다. 더욱이, 배터리 가격이 현재의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는 사업성이 더욱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에 반하여 중국에서는 배터리 교체형의 사업모델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요즈음 또 다시 배터리 교체형 전기자동차를 재도입하려는 움직임들이 여기 저기 나타나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배터리 교체형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교체 인프라의 허와 실에 대해 간단히 제시하고자 한다.

사진 베터 플레이스

우선,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하자. 첫째로, 차량 구매 시 배터리 비용을 제외하고 구매하게 되어 차량의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게 된다. 다만, 차량을 운행하면서, 전기 비용과 함께 배터리 사용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둘째,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는 과정이 전기자동차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교환스테이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기자 사용자의 입장에서 충전을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실제로 운영되는 차량에 필요한 배터리 팩의 숫자보다 더 많은 배터리 팩을 생산/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길에서 운행되는 차량 10대에 10개의 배터리 팩이 들어있고, 이 차량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지역의 배터리 교환스테이션에 각각 여러 개의 추가 배터리 팩이 비축되고, 충전 완료 상태로 준비되어야 하므로, 배터리 산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위에 열거한 장점과 비교되는 단점을 이야기 해 보자. 첫째, 초기 구매 비용이 저렴하다 해도, 결국 전기사용료와 배터리 사용료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가 져야 한다. 매 경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배터리 비용을 미리 부담하는 기업의 경우, 금융비용과 사업이윤 부분을 소비자로부터 얻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팩트이다. 둘째, 배터리 교체스테이션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우리가 쉽게 휴대전화 배터리 교환하는 듯한 경우가 아니다. 정밀한 로봇시스템을 이용하여 약 400~500 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배터리 팩을 안전하게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터리 셀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낮아질 수 있지만, 배터리 교체스테이션의 경우, 그 시스템의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가격이 낮아지려면 대량 생산인데, 배터리 교환스테이션의 경우, 그 정도 수준의 대량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충전도 문제다, 각 스테이션에서 진행해야 하는 배터리 충전의 경우 고속으로 여러 개의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충전해야 할 경우가 많다. 전기시설비가 매우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각 스테이션에 추가적으로 설치되고 대기하여야 하는 배터리에 대한 비용은 일단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 배터리 팩 하나만 내가 부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필요없이 10배도 더 되는 배터리의 비용을 각 개인이 추가 부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배터리 회사만 좋다. 기존의 시장보다 더 큰 배터리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비용도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배터리 회사가 무료 봉사할 리는 없다.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외에 진심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배터리 교환형의 개념에는 배터리 팩의 기계적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차량의 모델들도 배터리 팩을 교환하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자동차 산업의 기본적인 특성상, 비슷한 사양을 가진 듯하여도, 서로의 기술력을 자랑하면서 차별화를 목숨처럼 여기는 상황에서 같은 모양의 배터리 팩과 교환시스템을 공유한다는 개념은 어쩐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모델이 중국에서는 일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국의 충분히 큰 시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모두 잘 알고 있듯이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이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되는지 아닌지를 중국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