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고객 신뢰 회복'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미래 전략 'ONE(원)'을 공개했다. 구매부터 소유,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경험 전반을 통합하고, 고객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글 이승용

4월 30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JLR코리아는 5년 보증·정비 서비스를 포함한 '원 케어(One Care)', 차량 관리 앱 '원 케어 앱(One Care App)', 온라인 쇼룸 '원 스토어(One Store)', 로열티 프로그램 '원 멤버십(One Membership)',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원 라이프(One Life)'까지 총 다섯 가지 서비스 축을 소개했다. 단어 하나로 모든 브랜드 터치를 묶는 'ONE'이라는 슬로건은 분명 일관성 있는 접근이다.
서비스 구조 혁신,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 3년이었던 보증 및 정기 점검 서비스를 5년으로 확대한 '원 케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보증 기간 연장은 고객 불만의 핵심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접근이다. 여기에 긴급출동, 픽업·딜리버리, 사고수리, 자기부담금 지원까지 포함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조건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간 JLR이 안고 있던 '서비스 불만'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늦었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디지털 전환, 서비스 일관성 확보, 로열티 관리에 있어 한 발 앞서 움직여 왔다. 늦게 출발한 JLR의 전략은 차별화보다 '기준 따라잡기'에 가까워 보인다.
'앱으로 모든 걸 해결'… 그러나 구현력이 열쇠

'원 케어 앱'은 정비 예약부터 수리 견적, 픽업 요청, 멤버십 혜택 관리까지 통합하는 관리 플랫폼이다.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줄이겠다는 목적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앱이 실제로 '고객이 쓰는 앱'이 될 수 있느냐다. 수입차 앱의 상당수는 설치 후 삭제되는 사례가 많다. 인터페이스와 직관성, 서비스센터의 디지털 대응 역량까지 실제 이용자의 손끝에서 좌우될 것이다.
서비스 앱은 고객 경험의 디지털 프론트엔드다. 기획보다 중요한 건 백엔드의 일관성과 실시간 대응 능력이다. JLR이 밝힌 대로 전국 리테일러가 동일한 기준으로 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 편차와 시스템 분절이 여전하다면, 기대는 오히려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로빈 콜건 JLR 코리아 대표는 "럭셔리 브랜드라면 고객이 필요로 하기 전부터 먼저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기대"라며, "차량의 소유와 관리를 고객에게서 다시 가져와 우리가 대신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패키지를 넘어, 브랜드가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고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번거로운 차량 관리 업무를 브랜드가 선제적으로 대신해주는 '서비스 소유권 이전'의 철학을 내세운 셈이다. 그 자체로는 분명히 차별화된 방향이다. 문제는 이 철학이 실제 서비스 현장에 어떻게 구현되느냐다.
전략보다 중요한 건 '기억에 남는 실행'

'원 멤버십'과 '원 라이프'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의 확장을 겨냥한 시도다. 골프, 호텔, 다이닝 등의 혜택은 고객의 생활 속에 브랜드를 녹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역시 차별화 포인트라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익숙한 전략'이다. JLR만의 브랜드 철학이 어떤 방식으로 고객 일상에 침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콘셉트가 부족해 보인다.
또한 유튜브 채널 '원 라이프'는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했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자동차 콘텐츠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JLR코리아의 'ONE 전략'은 방향성 면에서는 분명 진일보한 시도다. 고객 중심, 서비스 통합, 디지털 플랫폼화, 브랜드 경험 확장이라는 현대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신뢰는 선언에서 생기지 않는다. 진짜 전환은 '사용자 경험'에서 시작되고, '차량 인도 이후'에 결정된다.
결국 소비자가 기억하는 건 앱이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 정비센터의 응대가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서비스가 약속대로 제공됐는지다. 실행력이 뒤따르지 않는 전략은 '더 좋은 말'에 그칠 수 있다. JLR코리아가 진정 신뢰를 원한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기억에 남는 변화'를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