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에 서울 아파트 거래 '꿈틀'…대세 상승장 왔나 [분석+]

이송렬 2025. 3. 1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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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건 넘어서면 유의미…한강벨트 중심 집값 상승"
"규제 해제로 시장 정상화 과정…하반기에 판단 가능"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강남 일부 지역에 묶여 있던 토지거래허가제도를 해제한 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요동치고 있다. 장기간 거래 침체가 이어지다 반전 흐름이 나타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흐름이 집값 '반짝' 상승이냐 또는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아직은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4501건을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4000건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7월 9224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8월 6537건으로 급감하더니 9월엔 3177건으로 또다시 3000건 이상 위축됐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등이 시행돼 수요가 급감해서다.

이후 △10월 3848건 △11월 3422건 △12월 3216건 △1월 3353건 등 5개월 연속으로 3000건대 거래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4500건을 넘어섰는데,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0건 돌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342건으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구가 328건으로 뒤를 이었고 △강동구 310건 △성동구 303건 등도 300건을 넘어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수혜를 입는 송파구와 강남구는 물론 서울 핵심지로 불리는 성동구 등에서 거래가 많았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변화를 두고 의견이 많다.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인지 또는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가 관심이다. 다만 아직까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그간 토허제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웠고 매물이 제한되면서 시장 가격이 왜곡된 상황이었다"며 "현재의 상승세는 왜곡된 시장이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대세 상승으로 가기 위해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져야 하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도 제거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월을 넘어섰지만 아직 추세성을 갖고 거래량이 오르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단기간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달 들어선 거래량이 다시 주춤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거래량이 최소 6000건 이상이 꾸준히 유지돼야 대세 상승으로 볼 수 있단 진단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월 8000건 이상 거래가 이뤄질 때 강한 가격 상승이 나타났고, 7000건 이상이면 상승세가 지속됐다"며 "현 4000건 수준은 반등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지만 이런 흐름이 2~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상승세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미 반등은 시작됐단 의견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적어도 거래량이 5000건은 넘어서야 유의미하다고 보는데 5000건에 근접한 만큼 현 상황은 가격 상승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금리 인하 단행 등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강벨트 주변 지역까지 퍼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짝' 상승이냐 '대세' 상승이냐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향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모두 한목소리였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연구위원은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상급지 갈아타기, 주거 상향 이동을 원하는 수요 쏠림과 함께 경제 활동 인구의 소득 편차 확대로 구매력의 격차가 발생해 집값 양극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상위 10~20%의 수요층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과 입지 경쟁력이 부족한 지역은 회복 속도가 느려지며 지역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한편 강남 3구와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리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공식석상에서 토지거래허가제도의 '재규제'를 언급한 것이다. 심지어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집값 상승률이 미미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에 이런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부동산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실수요자는 "집값에 큰 영향을 주는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시행했다 해제했다 할 수 있는 것이냐. 말도 안 된다"고 했고, 또 다른 실수요자 역시 "토허제로 묶어놔도 오를 곳은 다 오르는데 왜 애먼 강남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지정을 검토한다면 시장은 정책의 불안정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매수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지정된 지역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상승지역을 중심으로 구역 지정 전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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