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월세에···대학가를 떠나는 대학생들

서울 대학가 일대 원룸 월세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9일 서울의 한 대학교 앞 알림판에 하숙 및 월세 관련 정보가 붙어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노유승씨(21)는 이달 말 2년간 살던 방을 떠난다. 집주인은 지난해 7월 5평(약 16.5㎡)짜리 방의 월세를 “5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노씨는 다음 달부터는 경기권에 있는 본가에서 매일 왕복 3시간씩 통학을 하기로 했다.

대학 개강을 앞두고 치솟은 주거비 때문에 대학가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자취방을 떠나 본가로 들어가거나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싼 지역으로 옮겨가는 학생이 많다.

지난 1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 주거비를 보면 월세는 평균 60만9000원, 관리비는 7만8000원이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각각 6.1%와 8.1% 올랐다. 노유승씨가 머물던 성균관대 인근 지역은 지난해 1월보다 월세가 33% 뛰어올랐다.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 다니는 신래훈씨(23)는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에서 보증금 700만원, 월세 33만원인 원룸에 살고 있었다. 집주인은 지난해 9월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월세를 70만원으로 올리겠다 통보했고 신씨는 지난 1월 보증금 300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원룸으로 이사했다. 신씨는 등록금·생활비를 모두 혼자 충당해야 한다. 햄버거집 아르바이트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체력이 허락할 땐 일용직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신씨는 “휴학해 생활비를 벌어 복학하고, 다시 휴학해 생활비를 벌어 복학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 같다”며 “본가가 제주도라 가족과 함께 살 수도 없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살기 위해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화가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입소가 여러모로 좋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렵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다니는 석모씨(21)는 “기숙사에 떨어져서 급하게 방을 구하느라 월세 80만원짜리 방에 살다가 4개월 전쯤 (서울 동작구)신대방역 근처로 옮겼다”며 “역이랑 멀리 떨어진 곳이라 월세 40만원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월세는 평균 74만1000원으로 서울 시내 대학가 중 최상위에 속한다.

연세대에 다니는 이모씨(21)는 지난해 2학기 경기 성남의 본가에서 통학하다 포기했다. 왕복 3시간을 길에서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고 매월 60만원쯤 되는 월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이씨는 연세대 인천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 살면서 서울 서대문구 서울캠퍼스로 매일 ‘통학버스’를 타는 ‘묘안’을 짜냈다. 이씨는 “통학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기숙사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할 수 있어 결정했다” 며 “고민 없이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5%까지만 증액할 수 있도록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유승씨가 사는 집의 주인도 30% 인상을 요구했다. 노씨가 항의하자 법적 상한인 5%로 다시 줄이긴 했지만 노씨는 신뢰를 잃어 떠나기로 했다. 노씨의 아버지 노재범씨(58)는 “이사를 하는 게 곤란한 학생들에게 일단 고액의 인상을 불러보겠다는 심보 아니냐”며 “지자체 등에서 학생들을 위한 공공 기숙사를 만들어서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