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UG 부채 감축 위한 보증 규제는 '정부의 모순'

이화랑 기자 2024. 12. 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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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수면 아래 숨어있던 전세사기 사건이 2년여 전 이른바 '빌라왕 사태'로 부상했다.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HUG 보증 가입이 허가되는 전세금 기준을 낮추는 것으로 집주인에게는 전세가격 하락 효과를, 세입자에게는 보증 제한 효과를 가져온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하는 등 사회 문제로 확산되자 정부와 정치권은 HUG 전세보증 가입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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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머니S 건설부동산부 기자

수년째 수면 아래 숨어있던 전세사기 사건이 2년여 전 이른바 '빌라왕 사태'로 부상했다.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HUG는 전세 피해자들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반환하며 재정 사정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전세보증사고 피해금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당기순손실이 3조8758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1조80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HUG는 연말까지 4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HUG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한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원인이다. 현재는 '112% 룰'로 불리는 보증 한도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2% 룰은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12%(공시가격 140%X전세가율 80%) 이내여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현행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X전세가율 90%) 이내로 보증 가입 한도를 정하고 있는데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HUG 보증 가입이 허가되는 전세금 기준을 낮추는 것으로 집주인에게는 전세가격 하락 효과를, 세입자에게는 보증 제한 효과를 가져온다. HUG는 대위변제액 중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이 올해 8월 기준 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증 문턱을 높이는 명분이 된 것이다.

보증 규모가 축소되면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든 역전세를 피할 수 없다. 이는 다시 전세금 미반환의 리스크를 키우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112% 룰이 시행될 경우 기존 전세계약 10건 중 7건은 동일 조건으로 보증에 가입하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우려에도 HUG가 보증 한도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의 경영평가가 지목된다. 기획재정부는 연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HUG가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2024-202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HUG는 부채비율을 지난해 116.9%에서 2028년 40.5%로 줄여야 한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전세보증 규모를 줄여야만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하는 등 사회 문제로 확산되자 정부와 정치권은 HUG 전세보증 가입을 독려했다. 소비자들은 보증제도를 사회 안전장치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보증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건전성 관리 문제는 제도의 공공성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공기업이 보증사업을 영위하며 부채를 동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다. 국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사회 안전장치로서 보증사업을 운영하려는 것은 정부의 모순이다.

최근 HUG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HUG에 대한 현물 출자가 '0원'이다.

'2만4668명'. 지난달 22일 기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숫자다. 주택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앞으로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 보증사고에 대비하는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지속가능한 보증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을 멈추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화랑 머니S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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