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빈곤·취업…"자살예방 국가 전체가 참여해야"[함께 지키는 생명]④
"총체적 대응 어려워…다양한 원인 아우를 '전담 조직' 필요"
[편집자주]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인원을 나타내는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7.3명에 달합니다. 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아직도 벗어내지 못했습니다. <뉴스1>에선 국내 자살예방 구조를 분석하고, 필요 과제를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빈곤, 정신적 문제, 학업, 취업난, 주거난'
그러나 우리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기준과 정책을 산발적으로 내놓고 있어, 다양한 원인을 아우르는 예방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꼬리표는 10여 년째 우리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978명이다. 전년보다 1072명(8.3%) 증가한 수치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도 27.3명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층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0대 인구 10만 명당 자살원인 사망자 수는 7.9명으로 전체 10대 사망자의 46.1%에 달했다. 자살의 원인을 두고는 성인과는 다른 경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학업 스트레스나 학교폭력, 가정 해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집값 급등에 '부동산 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주택 문제가 정신건강 위협 요소로 자리잡기도 했다.
자살 원인 다양화됐지만, 분석은 없었다…"개인 문제로 치부"
문제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자살의 원인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반해 정부 차원의 원인 분석은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정부가 2018년 5년간 자살한 7만 명에 대한 심리 부검을 실시한 것이 전부다. 이후로는 별다른 조사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은 "자살에 어떤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를 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무관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실직에 따른 가정불화, 우울증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며 "그래서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살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복합 추론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중구난방 자살예방 부서…"컨트롤 타워 필요해" 한목소리
제대로 된 대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직이 미비하고 자살 관련 부서가 흩어져 있어서다. 지금 구조에선 다양한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과 복합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자살관련 부서는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정책국 소속의 1개 과가 전부다. 노동과 의료, 교육, 행정 등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들어 교육부와 국방부 등도 최근 자살 예방을 위한 대응을 해나가고는 있다지만 '머리' 역할을 해야하는 복지부에선 담당 부서가 1개과 뿐이라 협력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달리 영국은 2018년 고독 조사 연구과 정책개발 등을 담당하는 고독청(Ministry for Loneliness)을 설치해 자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예방에는 분야가 많은데, 1개 과만으로는 담당하기 어렵다"며 "과 단위에서 이런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대통령 직속 자살예방위원회 등의 컨트롤 타워 설치가 꼽힌다.
이화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수는 "자살예방 관련 부서는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정책국 소속 자살예방정책과가 유일하다"며 "노동과 교육, 행정 등 여러 부처와 관련된게 자살인데, 해당 과가 모든 걸 다 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부처가 자살 예방에 관심 가지려면 대통령 산하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며 "컨트롤 타워를 두고 각 부처간 협력을 촘촘하게 하고 아젠다를 세우고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경찰서에 전담조직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는 2551명으로, 17개 시도와 226개 지자체에 교통안전과나 교통시설과가 설치돼 있고, 경찰청과 경찰서에도 교통안전과가 설치돼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자살(1만 3978명)은 이보다 5.4배 많지만, 지자체 또는 경찰서에 별도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윤호 안실련 처장은 "경찰청 본청에서도 자살관련 업무는 한명이 담당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이 맡은 업무 비중으로 보자면 10%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교통사고 처럼 지자체와 경찰에서 전담조직을 만들어 자살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응답률은 5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살예방 상담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다.
이화영 교수는 "정책은 좋다. 그러나 자살 예방 사업을 해도 자살 사망자나 고위험군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면 1년에 몇 만 원이 안된다"며 "예산이 대폭적으로 늘어나서 고위험군에 몇명이 밀착하면 누가 자살하겠냐. 지금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고 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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