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당첨자, 공사비로 인한 분양가 상승은 감수해야"

김아름 2024. 10. 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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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피해 대책 논란]③
전문가 5인에 사전청약 피해 구제 방안 질의
당초 허술한 제도 도입이 문제
비슷한 입지 단지 당첨 우선권 부여도 방법
본청약 끝난 단지 소급적용 불가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초에 말이 안되는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공공 사전청약의 경우 분양가 상승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분양이 취소된 민간 사전청약의 경우 피해자에게 당첨우선권을 주거나 인근 공공분양에 대해 당첨권을 부여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권대중(왼쪽부터) 서강대 교수,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지위승계 요구 부적절…모두 만족하는 해결책 없어

29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전문가 5인에게 사전청약 피해자 구체책에 대해 질의했지만 모두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사업취소로 본청약 기회를 날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당첨자 지위 승계’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사전청약의 계약주체는 민간기업과 개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계약미이행에 따른 문제는 어디까지나 민사이기 때문에 이런 분쟁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이를 입증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지 여기에 대해서 공공에 대해 ‘지위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설령 지위승계를 해줘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주택공급물량은 제한돼 있는데 그들에게 지위승계를 해주면 지위승계자와 동일한 숫자의 다른사람들이 청약에 당첨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이해당사자들간에 민사로 해결할 사안이지 공공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종이 위에 그림도 그리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하는 사전청약제도 자체가 말이 안되는 제도였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고 일축했다.

실제 사전청약제의 부작용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정부는 2022년 11월 민간사전청약 폐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에는 공공사전청약을 없앴다. 사전청약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미 사전청약에 당첨된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도 정부 책임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공사전청약 주체가 정부 및 지자체였고 민간사전청약을 무리하게 요구한 것도 국토부였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공의 힘으로 어느정도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향을 잡아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우선 당첨권 부여…분양가 상승은 받아 들여야

공공사전청약의 경우 본청약이 지연된 부분에 대해 LH가 분양가 상승분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본청약이 진행된 단지들의 소급적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급적용은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이 끝났으니 소급적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법률불소급원칙에 의해 적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도 “이미 분양이 완료된 곳은 공사비도 집행됐기 때문에 소급적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우선 청약권 등의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분양가가 높아진 것은 현실적으로 공사비가 오른 영향이 크게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주택을 매수하거나 수도권 외곽의 선분양을 택하지 않고 사전청약을 선택한 것은 엄연한 개인의 투자결정으로 봐야 한다”라며 “지금의 상황은 개개인의 투자결정에 따른 결과이므로 각자 감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민간사전청약의 경우 건설사들이 땅값, 건축비가 오르니까 사업을 포기하면서 불거진 문제로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야 하는데 다른 사업자 역시 승계를 안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LH는 그 자리에 새로 분양을 할텐데 당첨자들에게 우선 당첨권을 주고 높아진 분양가에 대해서는 피해자들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취소된 민간사전청약 사업장에 대해서 땅값을 많이 깎아준다고 해도 토지비보다 공사비,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건축비의 영향이 더 커졌기 때문에 새로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가 분양가를 피해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첨받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비슷한 입지의 다른 사업장에 대한 청약당첨 자격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박 대표는 “인근 공공분양에서 당첨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타 지역의 동일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 당첨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권대중 서강대 교수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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