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 전쟁 난 줄···“이렇게 센 지진은 난생처음이에요”
호남 역대 최대 지진 발생한 부안
깨지고 떨어지고, 주민들 ‘혼비백산’
“태어나서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박용방 부안군농협 팀장(57)은 “갑자기 폭격 맞은 것처럼 쿵 하는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려 두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서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섭씨(51)는 “식당에 진열된 도자기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박살이 났다”며 “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12일 아침 전북 부안에 들이닥친 지진으로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잦은 내륙 지진이 일어나는 동해안과 달리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껴왔기에 주민들의 충격은 더했다.
이날 부안을 덮친 지진은 4.8 규모로, 국내에서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호남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지진은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부안은 물론 전북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이 깨지는 흔들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까지 전북소방본부에 인명 피해 보고는 없었다. 하지만 부안군 부안읍의 한 경로당 화장실 타일이 깨지고, 전북 유형문화재인 상서면 개암사의 석가여래삼존불좌상 머리 장식 일부가 떨어는 등 크고 작은 피해신고가 하루종일 접수됐다. 보안면의 한 창고는 벽이 갈라져 한동안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진앙지로부터 40㎞ 가량 떨어진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성석수씨(53)는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바닥에서 전철이 지나가는 것처럼 강한 진동을 몇 초간 느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김민서씨(25·익산시)도 “쿵쿵 거리는 소리에 놀라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지진에 놀란 부안군 공무원 400여명은 이날 청사 밖으로 몸을 피했다. 박경인 부안군 주무관(35)은 “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닥이 꺼지는 것처럼 흔들렸다”며 “곧바로 사이렌이 울리고 안내 방송이 나와 전 직원이 밖으로 대피했다가 여진이 없어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했다.
이날 부안고등학교와 부안여고, 백산여고, 김제지평선고 등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다 급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부안 동진초와 병설유치원은 출입구와 급식실 천장이 떨어지는 등 시설 일부가 파손됐으며, 군산제일중은 지하 벽과 화장실 타일이 금이 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상서중은 숙직실이 일부 파손됐다.
다행히 진앙과 가까운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은 정상 가동 중이다. 내륙 지진이어서 해저 쓰나미 가능성은 적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다소 안도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06121054001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기상청과 긴밀하게 협조해 여진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진은 다른 재난과 달리 예측하기 어렵기에 도민들은 지진 행동 요령을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하고서 약 1년여 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4㎞ 해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고 6년여 만이다.
한편, 이날 지진으로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과 개암사 대웅전(보물)의 구조물 일부가 피해를 입는 등 총 6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됐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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