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돌려받은 전세보증금, 작년보다 80% 늘었다
올해 1분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보증 사고 규모가 1조4000억원을 넘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이 마련됐지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는 총 6593건, 사고 금액은 1조4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전세보증금 사고액(7973억원)보다 80% 급증한 수치다. 월별로 보면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규모의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1분기 세입자에게 물어준 돈(대위변제액)은 8842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 대위변제액인 5865억원보다 50.8%(2977억원) 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HUG의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4조3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였는데, 최근 추세라면 올해 전세 보증 사고액은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2년 체결된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지난 2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셋값이 계속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시세대로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해도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1억6868만원으로 2년 전보다 6.8% 낮다. 3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3억7313만원)은 2년 전보다 16.9% 내렸다.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공기업인 HUG의 적자 폭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HUG는 전세 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22년 4087억원의 적자를 내더니 지난해엔 순손실 3조8598억원을 기록했다.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다. HUG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뒤 사고 주택을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매 시장도 얼어붙어 매각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낙찰이 되더라도 적정 가격을 받기 어려워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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