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로… 10년간의 항해 [세월호 10년, 새겨진 그날 ①]

구재원 기자 2024. 4.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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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후 4월16일 ‘국민 안전의 날’ 제정
도교육청안전교육관 문 열고 생존수영 등
학교 현장도 달라져… 사회 전반적 변화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 한수진기자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에도 우리의 기억에 어제 일처럼 생생한 순간이 있다. 우리의 이웃이었던, 친구였던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수없이 많은 안전사고와 재난 속에서 세월호는 우리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졌고, 정부의 움직임도 시작돼 안전에 대한 법이 만들어졌다. 참사의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안산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교훈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아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2분.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던 연안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9시30분께 해양경찰은 근처에서 조업 중이던 민간 어선과 함께 구조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구조 작업이 시작된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오전 11시18분, 세월호는 뱃머리 일부만을 남기고 침몰했다. 사고 후 지속적인 실종자 수색작업이 펼쳐졌지만, 더 이상 구조된 사람은 없었다.

14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중 299명이 세상을 떠났고 5명이 실종됐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 학생들은 325명 중 248명이 목숨을 잃었고, 2명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 본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아무 것도 도울 수 없다는 무력감이 사회를 감쌌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은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이후 우리 사회에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운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과 규제 개선을 외치기 시작했고, 정부는 4월16일을 ‘국민 안전의 날’로 제정했다.

지난 2021년에는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를 예방하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등 참사 이후 10여년간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법이 다수 만들어졌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정문. 한수진기자

학교 현장도 달라졌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자 2014년부터 학교 현장에 생존수영 교육이 도입됐고, 2020년부터는 초교 전 학년이 생존수영 수업을 받게 됐다.

또 2019년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의 안전한 생활 습관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안전교육관이 문을 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수학여행이었다.

사고 이후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들끓자 교육부는 2015년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학여행을 추진할 경우 소규모(학생 100명 미만)로 운영할 것을 원칙으로 정했으며, 대규모(150명 이상) 수학여행이 불가피할 경우 학생·학부모 동의절차를 거치고 안전요원 확보, 안전 대책 및 교육적 효과 등에 대한 점검 후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장답사 등에 있어 학생의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조경숙 경기도교육청안전교육관 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현장을 비롯해 안전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전에 대한 교육이 소홀해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안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4월16일, 그날로 가다 참사 이후…안산 떠난 시민들

아픔 지우고… 치유의 도시 ‘안산’, 희망 그린다

그래픽. 유동수화백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10년간 안산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안산을 떠나는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고, 지역 경제는 침체됐다. 안산이 재난지역이라는 오명까지 떠안아야 했다.

14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안산시의 인구 수는 세월호 참사를 전후로 격변기를 맞았다.

안산시 인구는 2011년 71만5천586명, 2012년 71만5천108명, 2013년 71만3천666명 등으로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 인구 수 변동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인구 감소 폭이 급격히 커졌다. 재난지역이라는 도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면서 지역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4년 안산의 인구 수는 70만7천876명으로 전년보다 5천790명이 줄었다. 이듬해에는 69만7천885명으로 약 1만명이 안산을 떠났다.

이 같은 인구 감소의 가속화는 2019년까지 이어졌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68만9천859명, 2017년 67만7천710명, 2018년 66만343명, 2019년 65만918명 등으로 매년 약 1만명의 시민이 안산을 떠났다.

이처럼 급감하던 안산시의 인구 수는 2020년이 돼서야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안산시의 2020년 인구 수는 65만4천915명으로 전년보다 3천997명 증가했다. 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재난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성장하는 도시로 진입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시민들의 지역 이탈은 다소 완화됐지만, 19세 미만 인구 비율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안산시의 19세 이하 인구 수는 16만990명으로 전체 인구(70만7천876명)의 22.7%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10만8천677명으로 전체 인구(65만4천915명)의 16.6%로 6.1%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안산시의 인구가 5만2천961명 감소했는데, 대부분 19세 이하에서 줄어든 셈이다.

이 같은 19세 미만 인구의 급감은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도 감소 폭이 크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19세 미만 인구는 277만7천854명에서 247만4천198명으로 30만여명 줄었다. 비율로 보면 22.47%에서 18.4%로 4.07%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창기 희망제작소 전환정책센터장은 “참사 이후 안산시의 인구 감소는 몇몇 피해자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 지역 전체 공동체로 영향을 미쳤다는 거시적인 지표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안산시의 현안 해결을 위해 ‘공동체’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눈물의 땅’ 이미지 탈피… 多양한 노력

안산시와 시민들은 지난 10년간 재난지역이라는 프레임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는 우선 참사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고,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상담 등을 지원했다.

이후 범정부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4년 4월18일,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그 뒤에도 시는 피해자 가족과 더불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피해지원특별법에 담길 지원사항을 점검하고 집중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사고수습지원단을 운영하며 ▲유가족대책위원회 지원체계 구축 ▲사고가족의 생활안정 ▲추모시설 건립 ▲추모기록물 수집·보존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애도 분위기와 경제적 피해 등으로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촉발됐고, 시는 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놓고자 ‘지역경제 활성화 TF’를 꾸려 운영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시가 주도하는 민관 협력기구 ‘(가칭)세월호사고 안산시재난극복범대책위원회’를 설립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극복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위원회를 꾸린 뒤에는 본격적으로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특히 시는 안산지역 전체가 세월호참사를 잘 극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시의 행정적 지원과 함께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고 마을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형태로 ‘재난지역’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단체라는 평가다.

추진단은 세월호 피해지역 주민공동체 치유와 회복, 안산시민 정주의식 고취 및 지역 공동체 형성, 공동체 회복을 통한 도시이미지 개선 등을 추진했으며, 시는 점차 본연의 밝은 분위기를 되찾아갔다.

안산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피해자들을 비롯해 안산시민들의 치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앞으로도 경기도를 비롯해 유관기관과 협력해 더 나은 안산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 살기 좋아졌어요”… 안산 시민들 함박웃음

안산시는 지속적으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치유에 매진했고,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우선 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단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7년에는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회복하고 피해 주민들의 상처 치유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공동체 인식을 확산하며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2018년에는 집중피해지역인 고잔동, 선부동, 와동을 넘어 시 전역으로 공동체 프로그램을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 공동체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

2019년에는 주민들이 자생력 있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 3년 공동체 회복프로그램의 성과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2단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회복력 있는 도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역사회 상생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했고, 주민간의 갈등을 주민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안산시의 노력은 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2020년 희망제작소가 안산시민 317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을 웃도는 180명(58.1%)이 공동체 회복사업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2.6%(70명)에 달했다.

특히 ‘공동체 회복사업 이후 안산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67.9%가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모르겠다’가 29.7%(73명)였으며, ‘아니다’라는 응답은 2.4%(6명)에 불과했다.  특별취재팀

구재원 기자 kjw9919@kyeonggi.com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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