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눈치만 본 실거주유예...3년뒤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 [부동산 산책]
지난달 29일 '실거주 3년 유예'안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 법률안 핵심은 실거주의무 시작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한 것입니다.
사실 실거주의무 3년 유예를 논하는 데 있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2023년 '1·3대책'에서 실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3대책’은 사실상 ‘둔촌주공 구하기’ 정책으로 불립니다. 실거주의무 '폐지'가 '3년 유예'로 바뀌어서 국회 문턱을 넘게 됐습니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회복됐습니다. 지금도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에 할인 분양을 할 정도로 어려운 지역이 많지만, 서울 및 주요 수도권 지역으로 한정해서 보면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면서도 경쟁률은 높아지는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2023년 1월만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부양책을 썼는데요. 막상 시장에 온기가 돌고 나니 적극적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되는 전매금지와 달리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의무는 국회 통과가 필요한데요. 실거주의무가 필요하다는 야권의 강력한 반대도 있었지만, 정부 역시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도 한몫 했습니다.
애가 타는 것은 수분양자들이었습니다. 정부 대책을 믿고 분양 받았던 사람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특히 둔촌주공 입주가 1년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이 국회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4월 총선이 다가오자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실거주 3년 유예를 부여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해결해주는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졸속합의' 입니다.
우선 문제 시점을 3년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됩니다. 실거주가 강제되면 전세가격 상승이 우려돼 그런 것이라면 먼저 발생하나 3년뒤에 발생하나 시점의 차이만 존재하는 셈입니다.
정책 신뢰성도 무너졌습니다. 처음부터 실거주 요건이 있는 상태에서 분양 받았던 사람들과 다르게 ‘1·3대책’ 이후 분양 계약을 한 사람들의 경우는 실거주의무가 폐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분양 계약을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3년의 유예 기간이 더 부여됐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충돌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일명 ‘2+2’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만기 연장을 희망할 때 종전 임대차 금액의 5% 이내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즉, 세입자만 원하면 4년 거주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3년 내 집주인 실거주의무로 인해 세입자의 권리가 박탈 당하는 셈입니다. 때문에 유예 기간이 왜 3년인지 의미도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정을 가중시킨다는 점도 논란입니다. 3년 유예를 부여했는데 세입자들은 언제 퇴거 당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계약갱신청구권을 못 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집주인의 실거주로 갱신을 못하고 퇴거 당할 때 다른 집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실거주 의무로 인해 전월세 공급이 멈춰버리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어중간한 실거주 유예는 소유자는 물론 임차인까지도 영향을 주며 사회적 혼란만 가중 시킬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히 정치인들의 표 계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동을 걸어야 할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수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물론 정부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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