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청약홈 장기 중단… 건설업체 '발 동동'

정영희 기자 2024. 3. 16. 0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리포트 - 청약홈 중단 점검(1)] 청약 일정 대거 변경… 부동산원 "개정 사항 많아 불가피"
[편집자주] 한국부동산원이 2020년 출범 이래 최장 기간의 서비스 중단을 맞았다.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개정된 청약제도 규칙을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3월 약 3주간 신규 입주자 모집공고가 중단됐다. 분양시장 최대 성수기에 청약이 중단되자 피해를 입은 것은 사업자들만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폭등하며 내 집 마련을 준비한 청약 대기자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청약시스템 개편은 제도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지만 단기 정책 성과에 급급한 정부와 정치권의 착오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2020년 출범 이래 가장 긴 기간 동안 신규 입주자모집공고를 중단한다.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14개 청약제도 관련 법령 개정 사항을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서다./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유례없는 청약홈 장기 중단… 건설업체 '발 동동'
(2) 툭하면 접속 불가 '청약홈'… 이대로 괜찮나
(3) 내집마련 계획 재수립… 청약 대기자 '진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3주 동안 휴식기에 들어갔다. 지난 4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시스템 개편을 이유로 아파트 모집공고를 일시 중단했다.
올해부터 배우자 청약통장 보유기간 합산과 다자녀 특별공급 신청 자격 확대, 공공주택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 등 청약을 둘러싼 다양한 제도가 바뀌는데 이를 새로 반영하기 위한 절차다. 봄 성수기를 맞아 분양 기지개를 켜야 하는 건설업계는 일정 조정에 나서며 비상이 걸렸다.


비수기 2월에 분양 폭발… 실적 97% 달해


부동산원은 지난 1월 대한건설협회 등에 공문을 발송해 입주자 모집공고 제출을 이달 4일 이전에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제출한 분양사업자는 청약홈 개편 도중에도 청약 접수와 당첨자 발표를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청약홈이 시스템 개편을 이유로 전면 휴업에 들어간 것은 2021년 11월 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일주일간 신규 입주자 모집공고를 중단했다. 이번 청약홈 개편으로 최장 기간의 서비스 중단이 된 셈이다.
통상 봄 성수기로 불리는 3월 청약홈이 휴지기에 진입함에 따라 건설업계는 부랴부랴 분양일정에 대한 조정에 나섰다. 이달 예정돼 있던 분양일정을 다수 1~2월로 당기면서 지난달 분양실적률은 92%에 달했다./사진=뉴시스
건설업계는 당초 3월로 예정된 분양 계획을 최대한 앞당겨 2월에 진행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올 1월31일 조사한 2월 분양예정 단지는 총 2만8276가구(일반분양 2만3912가구)였다. 지난달 28일 재조사한 결과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총 2만5974가구(실적률 92%), 일반분양 2만825가구(실적률 87%)로 집계됐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2월 기준 가장 많은 물량이다. 1분기 분양을 준비한 사업장들이 서둘러 분양을 진행하며 90%를 상회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통상 분양 비수기로 꼽히는 연초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이달 분양예정 물량은 16개 단지, 총 1만6281가구로 지난달 실적과 비교하면 37%가량 줄었다. 수도권 4161가구, 지방 1만2120가구가 각각 공급된다. 특히 둘째 주(11~15일)에는 청약홈 개편 전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은 사업지가 대거 청약에 나서면서 19개 단지(1만981가구)가 분양을 실시했다. 주중 기준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에 해당한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 전체의 86%가량이 몰렸다.


4월 총선 5월 황금연휴… '갈팡질팡' 분양 일정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필 연중 최대 분양 성수기인 3월에 청약이 중단된 데다 설상가상 다음 달인 4월 총선을 감안해 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향방이 결정되는 만큼 사업을 추가 연기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업체들은 선거 직전이나 직후에는 분양을 진행하지 않는데 분양 실적이 좋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포털 등도 분양 광고를 내기가 쉽지 않다.
올 1월과 2월에 분양을 진행하지 못한 일부 사업지는 최대 6월까지 일정을 미룰 방침이다. 4월에는 총선, 5월에는 황금연휴가 껴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사진=뉴스1
5월에는 1일 근로자의 날에 이어 6일 어린이날 대체 공휴일이 있어 '황금 연휴'가 예정됐다. 장기 휴일 또한 분양업체들이 기피하는 시점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 시기 연기가 대출이자 등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직접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부동산원은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청약홈의 전신인 아파트투유도 금융감독원이 운영한 당시에 1~2건의 제도 변화로 셧다운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개편 때는 10건 이상의 변동 사항이 있어 3주가량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약 당첨 이후 오류가 발견될 시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므로 개편 기간 동안 수차례 점검해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약홈 개편으로 아파트 분양전망이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개편 이후 다자녀 기준 완화와 배우자 통장 가입기간 합산, 신생아 특별공급 등이 반영돼 분양시장에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