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죄인’ 몰아세운 文정부…강남·용산 집값만 띄워줬다

다주택자 중과세 등 세금정책
강남3구 용산만 남게된 규제
분양가상한제가 쏠림 강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김호영 기자]

“주택수 하나 더 늘까 겁나요. 괜히 다주택자됐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요.”

지난해 서울 송파 잠실 대단지 아파트를 매수한 김모씨는 잠실로 갈아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남편은 여윳돈으로 경기 남부에 한 채를 더 사자고 했다. 가격이 내렸을 때 투자해 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다주택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집 팔기 어렵고 임대차법 복잡하고, 세금도 언제 중과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똘똘한 한 채가 제일 안전해보여 다 정리하고 잠실에 등기쳤다”고 했다. 그는 “강남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 아니겠냐”며 “똘똘한 한 채의 최종 종착지는 강남”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을 억제하는 정책이 수요자들에게 ‘똘똘한 한채’ 를 유도해 강남 쏠림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부터 청약, 대출까지 모든 분야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에게는 징벌적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을 늘리기보다 ‘확실한 1채’를 택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전 자산과 대출을 총동원해서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가려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제대로 누리려면 절세가 필수다. 양도세 비과세는 1주택일 경우 적용된다. 다주택자는 양도세율을 중과한다. 현재는 정부가 내년 5월까지 양도세 중과 배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원칙은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적용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시세 15억원 집에서 2년 거주한 뒤 20억원에 팔 경우, 1주택자는 12억원까지는 비과세 받아 대략 6000만원 양도세를 내야한다. 그러나 서울집 2주택자는(양도세 중과 배제가 끝났다는 가정하에서도) 중과세율이 적용돼 3억원 가까운 양도세가 나온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이 엄청 크다. 특히 서울처럼 자산이 큰 곳은 비과세가 최고 절세다. 주택 여러채로 골치아프고 세금 중과맞느니, 똘똘한 한채로 비과세 혜택 최대한 받는게 낫다”고 했다.

취득세도 2주택 이상부터 중과된다. 정부는 취득세 중과 완화를 추진중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부터 취득세 8%를 적용한다. 8% 취득세 더 내고 주택을 늘리느니, 차라리 1채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청약도 2주택부터는 기회의 문이 좁아든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강남3구와 용산구, 그리고 수도권 내 공공주택지구, 전용 85㎡ 초과 공공건설 임대주택에서 1순위 청약에 아예 신청도 못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중과세율을 매기는 것이 다주택자를 위축시켜서 시장에 임대를 공급하는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는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똑같이 적용돼야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1주택자의 시세차익을 정당하고,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은 징벌해야한다는 발상이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만 적용되는 것도 청약 수요자들의 강남 쏠림을 키우는 요소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하는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해제하면서도 강남3구와 용산구만 남겨놨다. 그러다보니 강남외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강남만 저렴한 ‘분상제’ 가격이 나온다. 그 결과 시세보다 10억 가까이 저렴하게 공급된 서울 서초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청약경쟁률이 442대1에 달했다. 다른 지역은 경쟁률이 뛰어도 계약률이 저조한 사례와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