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잡겠다는 징벌적 규제 '똑똑한 한채' 불러 강남쏠림 키워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2.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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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 하나 더 늘까 겁나요. 괜히 다주택자 됐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요."

세금부터 청약, 대출까지 모든 분야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는 주택을 늘리기보다 '확실한 1채'를 택하게 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수도권 내 공공주택지구, 전용면적 85㎡ 초과 공공건설 임대주택에서 1순위 청약에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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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엔 양도세 비과세
인기지역 추첨제 청약도 가능
강남3구·용산만 분상제 적용
분양가 싸 청약자 대거 몰려

◆ 부동산시장 양극화 ◆

"주택 수 하나 더 늘까 겁나요. 괜히 다주택자 됐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요."

지난해 서울 송파구 잠실 내 대단지 아파트를 매수한 김 모씨는 잠실로 갈아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남편은 여윳돈으로 경기 남부에 한 채를 더 사자고 했다. 가격이 내렸을 때 투자해 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다주택자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집을 팔기 어렵고 임대차법이 복잡하며 세금도 언제 중과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면서 "똘똘한 한 채가 제일 안전해 보여 다 정리하고 잠실에 등기를 쳤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 아니겠냐"며 "똘똘한 한 채의 종착지는 강남"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을 억제하는 정책이 수요자에게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해 강남 쏠림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부터 청약, 대출까지 모든 분야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는 주택을 늘리기보다 '확실한 1채'를 택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산과 대출을 총동원해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가려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제대로 누리려면 절세가 필수다. 양도소득세 비과세는 1주택일 때 적용된다.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율을 중과한다. 현재는 정부가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있지만 원칙은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에 있는 시세 15억원짜리 집에서 2년 거주한 뒤 20억원에 팔 경우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아 양도세를 대략 6000만원 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집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배제가 끝났다는 가정하에서도 중과세율이 적용돼 3억원에 가까운 양도세가 나온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1주택자는 비과세 혜택이 엄청 크다. 특히 서울처럼 자산이 비싼 곳은 비과세가 최고 절세다. 주택 여러 채로 골치 아프고 세금 중과를 맞느니, 똘똘한 한 채로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받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취득세도 2주택 이상부터 중과된다. 정부는 취득세 중과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부터 취득세 8%를 적용한다. 8% 취득세를 더 내고 주택을 늘리느니 차라리 1채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청약도 2주택부터는 기회의 문이 좁아진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수도권 내 공공주택지구, 전용면적 85㎡ 초과 공공건설 임대주택에서 1순위 청약에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중과세율을 매기는 것이 다주택자를 위축시켜 시장에 임대를 공급하는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는 다주택자에게든 1주택자에게든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1주택자의 시세차익은 정당하고,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은 징벌해야 한다는 발상이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되는 것도 청약 수요자의 강남 쏠림을 키우는 요소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분상제를 유지하는데,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를 해제하면서도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남겨놨다. 그러다보니 강남 외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강남에만 저렴한 분상제 가격이 나온다. 그 결과 시세보다 10억원 가까이 저렴하게 공급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청약 경쟁률이 442대1에 달했다. 다른 지역은 경쟁률이 뛰어도 계약률이 저조한 사례와 대비된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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