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도시 억대 '마피'에 우는데…" 10만 소도시 분양 훈풍 '왜?'
"올해 청약시장 문턱 낮아진 효과"…내년엔 선별 청약 따른 양극화 전망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인구 10만~15만명에 불과한 경북 영주와 안동 등 지방 소도시에서 실수요가 몰리면서 때 아닌 분양 훈풍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상황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만 가구를 넘어서고 매매물량이 급감하는 등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와 다른 '디커플링' 현상이어서다.
이에 향후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 상황을 두루 고려해 무리하게 진입하기보다 계약률과 청약 동향을 꼼꼼히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은 좋지 않다는 통계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22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9513가구) 대비 7.5%(711가구)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에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악성 미분양은 수도권이 1954가구로 전월(1836가구) 대비 6.4%(118가구) 증가했다. 지방은 8270가구로 전월(7677가구)에 비해 7.7%(593가구) 늘었다. 충남이 30.9%(643→842가구) 늘었고, 대구 26.8%(712→903가구), 경기 21.2%(756→916가구), 제주 14.1%(875→1001가구) 등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악성 미분양 부담이 커진 대구에서는 기존 분양가에서 1억5000만원이 떨어진 '눈물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도 등장했다.
대구 수성구 일원에서 분양, 올해 10월 준공된 '더샵수성오클레어' 전용 84㎡ 분양권은 7억1000만원대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분양가에서 마피가 1억5000만원 적용된 매물이다.
인근 G부동산 대표는 "불과 얼마 전 마피가 1억~1억2000만원이었는데 최근 여기서 3000만원이 더 내려갔다"며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중층 기준 확장비, 이자 포함 8억 중반대였다. 지금은 마피 경쟁이 붙어 1~2000만원을 더 내린 매물이 날이 바뀌면 나오고 있고, 이 중엔 더 조정이 가능한 초초급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구긴 해도 외곽지고, 분양가가 너무 비쌌다. 마피 1억5000만원 매물도 싸다는 생각이 안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초불장 정도가 돼야 분양가 수준까지 회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동대구역골드클래스' 역시 마피 매물이 부동산에 쌓여있다. 인근 D부동산 대표는 "분양가 전용 84㎡ 중층 기준 5억1000만원, 확장비 이자 더하면 5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지금 6~7000만원 싼 매물이 대다수"라며 "사실 인근에 5~6000만원만 더 줘도 더 우수한 입지, 더 좋은 브랜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 마피서 더 조정이 가능하다는 집주인들도 있다. 입주 시점엔 더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을 포함해 지방 대도시의 미분양 부담이 점점 쌓이는 가운데, 집주인들이 눈물의 마피 떨이에 나섰다. 금리 부담에 부동산 시장이 크게 반전하지 못하자 더 이상 무리해서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이들 도시보다 규모가 훨씬 적은 인구 10~15만 명 수준의 소도시에서 공급된 신규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청약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인구 10만 도시 영주 가흥동 일원서 분양 중인 GS건설의 '영주자이 시그니처'는 지난 6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견본주택 문을 열자마자 1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청약 흥행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지는 영주 첫 '자이' 브랜드 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최고 27층, 8개 동으로 전체 763가구다. 전용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84㎡A 415가구 △84㎡B 42가구 △84㎡C 166가구 △102㎡ 67가구 △117㎡ 73가구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청약 일정은 이달 1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9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27일이며, 정당계약은 내년 1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15만 인구가 거주하는 안동에서는 '위파크 안동 호반'이 지난달 2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1일 1순위, 22일 2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계약 기간은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마쳤으나, 아직 계약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7층, 9개 동, 전용면적 84~101㎡ 820가구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4㎡A 310가구 △84㎡B 107가구 △101㎡ 403가구 등이다.
위파크 안동 호반은 경북 안동에서 최초로 공급하는 민간 공원 특례사업 아파트다. 민간 공원 특례사업 아파트는 전체 사업부지 중 대부분을, 시민을 위한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고 일부 공동주택을 조성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269만원이다. 계약금(1차)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이자 후불제(고정금리)가 적용된다. 단지는 분양 당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우수한 청약성적을 거둬들이며 평균 경쟁률 4.62대 1로 마감했다.
기대 이상의 청약성적을 거둬들이자, 청약 당첨에서 멀어진 실수요자들도 동요하고 있다. 실제 30대 A씨 부부는 "고층 전매를 알아보는 중이다. 벌써 프리미엄이 1500만원까지 붙었다"며 "정당계약 이후엔 프리미엄이 더 붙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 초 1·3 부동산대책으로 시작된 규제 완화 영향으로 청약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분양시장 분위기가 호전됐다. 내년엔 자금 부담에 따른 수요 집중 및 상품성 등을 두루 고려한 선별 청약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서울 등 일부 선호 지역 내에서도 입지와 단지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청약 온도 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올해 1·3 부동산대책 규제 완화 영향으로 청약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고, 수도권 중심 아파트 가격이 호전되며 분양시장 매수 심리가 개선됐다"며 "내년 청약시장은 고금리 기조와 대출 축소로 인해 자금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분상제 적용 여부, 적정 분양가 등에 따른 수요 집중과 입지 및 상품성 등을 고루 갖춘 곳에 청약 통장이 몰리는 선별 청약 양상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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