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헌동 SH 사장 "LH 대신 3기 신도시 개발…요양시설 갖춘 '골드타운' 구상"
"부패한 LH 국민 신뢰 상실, SH에 기회"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3기 신도시 개발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사옥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3기 신도시가 발표됐는데 여태 착공조차 안 됐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력을 갖춘 SH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SH가 만들 3기 신도시는 지금까지 LH가 개발한 것과 다른 '명품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SH는 최근 철근 누락으로 불량 주택을 지은 LH와 달리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방식을 취하고 원가도 공개하고 있어 품질 좋은 아파트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서 "LH의 실패가 SH에 더 큰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택지 개발이 아니라 교통은 물론 의료 인프라까지 갖춘 신도시를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서울 골드 빌리지, 경기도 골드 타운, 지방 골드 시티' 구상을 최초 공개했다. 서울 은퇴자의 주택 혹은 주택 지분을 사들이고, 이들에게 신도시 내 요양·치료 시설을 갖춘 명품주택을 지어주는 방식이다. 사들인 주택은 서울 내 출퇴근이 필요한 젊은층을 위해 활용된다. 김 사장은 "자식은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다 진 빠지고, 기성세대는 종로3가 탑골공원을 맴돌게 하는 삶을 살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골드 구상은 젊은 세대와 은퇴 세대의 순환을 위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타워팰리스'보다 나은 '백년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다짐도 거듭했다. 그는 "아파트를 한 번 지으면 100년 이상 써야 한다"며 "싸구려 아파트만 공급하면, 싸구려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시내 역세권 34곳에 있는 4만 가구 규모의 노후임대주택 재건축을 예고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LH가 맡은 3기 신도시 사업을 SH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능한 일인가?
"서울은 집 지을 땅이 많지 않다. 앞으로 택지 확보를 위해 수도권 3기 신도시, 강원도와 충청도 쪽에 직접 가서 개발하려고 한다. 특히 3기 신도시는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 문재인 정부 초기 시작했는데 착공도 안 됐다. LH 일감을 뺏으러 가는 게 아니라, 손도 못 대고 있으니 SH가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품질 불량 주택을 지은 LH는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국토부도 공급 속도 내려면 SH가 필요하다. 법적 문제도 없다. LH가 베트남 개발도 하는데 SH가 다른 지역 개발을 못 할 이유가 없다."
-왜 굳이 SH가 나서야 하나? SH가 만드는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와 어떻게 차별화하나
"LH 수준의 신도시가 아닌 명품 신도시를 만들겠다. '서울 골드 빌리지, 경기도 골드 타운, 지방 골드 시티'가 구체적 구상 가운데 하나다. 신도시에 쾌적하고 요양·치료 시설을 갖춘 명품 주택을 만들어 서울 시내 출퇴근이 필요 없는 은퇴한 유주택자를 모실 계획이다. 그리고 이들의 빈집은 서울 시내 직장이 있는 젊은 세대를 위해 활용하려고 한다. 신도시와 서울이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은퇴자는 서울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집 처분을 망설인다. 하지만 서울에 있어봤자 탑골공원에 갈 뿐이다. 반면 자식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아침부터 기운 빠지는 삶을 산다. 그럴 필요가 없다. 골드 구상은 젊은 세대와 은퇴 세대의 순환을 위해 필요하다. 주거 문제를 풀어야 서울과 지방 양극화,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가 해결된다. 지방 개발공사 간 협의체를 만들고, 자금력 있는 SH가 개발에 나서겠다."
-LH가 직원 부동산 투기,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시끄러웠던 반면 SH는 잡음이 없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SH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부터 처방을 내려 LH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먼저 후분양이다. 짓고 분양하기에 부실 공사가 있을 수 없다. 무너지면 독박을 써야 한다. 반면 LH는 선분양에 사전청약까지 했다. 물건도 없는데 사고팔았다. 인천 검단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 팔았다면, 선의의 피해자는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원가공개다. 분양 원가를 공개하니 이익을 어디다 숨기지 못한다. SH 직원들도 모르는 사이에 시스템과 제도가 SH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LH는 원가공개도 안 한다. 2년 전 SH에 와서 추진한 안전경영 역시 한몫했다. 공사하는 사람부터 안전하면, 부실공사가 생기지 않는다. 광주 아이파크 사고의 경우 겨울에 준비 없이 공사하다가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타워팰리스를 뛰어넘는 백년주택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공주택의 고급화는 가능한 일인가?
"아파트를 한번 지으면 100년 이상 써야 한다. 유럽은 몇백년 된 건축물이 자원이 된다. 건축물은 잘 지으면 보물이 되지만 못 지으면 고물이 된다. 이미 SH가 도봉구에 완공한 49층짜리 씨드큐브 창동의 경우 타워팰리스 급 주택을 자랑한다. 다만 복합건물이 아닌 아파트의 경우 고급화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금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를 3.3㎡당 800만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후분양이나 건축물만 분양하는 경우 이를 높일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분양한 마곡이나 고덕강일 아파트는 이미 1~2년 전 설계해, 기존 설계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민간 분양 아파트보다 품질이 월등하다."
-서울 시내 개발할 만한 땅이 많지 않다. 주택 공급 계획은?
"우선 강남구 구룡마을, 서초구 성뒤마을,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 등 동원 가능한 부지는 다 모아 서울에서 공급할 것이다. 또 서울 시내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임대단지가 하계5단지, 상계마들 등 34곳 있다. 총 4만가구 규모다. 15층 아파트를 50층 높이로 용적률을 완화해 재건축할 예정이다. 34곳 모두 역세권이다. 지금 계획은 아직 미풍일지 모르지만, 많은 시민이 알게 되면 태풍이 될 것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누구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981년부터 2000년까지 쌍용건설에 재직했다. 1999년부터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국책사업감시단장, 부동산건설 개혁본부장,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20여년간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2000~2002년에는 한국건설정보시스템 대표를 지냈다. 2016∼2017년에는 정동영 국회의원실에서 보좌관을 했다. 2021년 11월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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