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빵이면 밤새워 만들텐데”...집값, 폭풍 몰아치나 [부동산 아토즈]

이종배 2023. 9.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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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0년 11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질의에서 유명(?)한 발언을 한다. 전세난 해결책으로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에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답한 것이다. ‘빵투아네트 같은 소리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공급부족이 또 이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공급부족에 대해) 초기 비상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1일 "당초 예상대로 차질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9월 중으로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부족 그 자체보다 공급 부족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가장 무섭다”며 “시장에서 실체를 더 압도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빵이 된 아파트'...대규모 공급 예고에 사전청약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며 규제 위주의 정책을 이어갔다. 아파트값 폭등에 전세난마저 겹치자 급기야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김 전 장관의 발언마저 나왔다.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선 문 정부는 2020년 ‘8·10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12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뒤를 이어 2021년 2월 4일에는 ‘공공주도 3080+’이라는 ‘2·4대책’도 내놓는다. 공공재개발을 통해 서울 30만 가구, 전국 8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청약도 도입된다. 사전청약은 본청약에 앞서 예비 입주자를 선정하는 것.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도입했다가 실패한 정책이다. 사전청약은 ‘희망고문’, ‘전세난 부채질’, ‘선분양 장려’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역시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입주자모집공고(임대 등 제외)를 낸 아파트를 대상으로 집계한 입주물량 자료를 보면 전국 기준으로 2018년 46만 가구, 2019년 41만 가구에서 2020년 36만 가구, 2021년 29만 가구, 2022년 33만 가구 등을 기록했다. 서울은 2018년 3만7000여가구, 2019년 4만9000여가구에서 2021년 3만3000여가구로 감소했다. 2022년에는 2만4000여가구까지 줄었다.

더 심각한 주택공급 대란...당장 내년부터 역대급 ‘뚝’

주: 9월 1일 기준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 대상 집계. 역세권 청년주택·임대주택 등은 제외 자료: 부동산R114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과거보다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수요 위주 억제 정책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 감소에 부동산 PF 시장 경색, 전세사기, 공사비 급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건설업계 임원은 “아파트는 말 그대로 빵이 아니다. 지금은 여러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공급 한파로 인해 정부도 ‘비상상황’을 선언한 상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며 “분명히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올해는 입주물량이 넘치지만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역대급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입주자모집공고(역세권 청년주택·임대주택 등 제외)만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8576가구로 통계 작성이래 가장 적다.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1만6681가구다.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 외에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임대·빌라 포함) 등이 포함된 수치다. 이 수치 역시 역대급으로 낮은 규모다.

내후년에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지만 2~3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9.9%(8만8577) 적다. 착공은 5만396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실적(22만3082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택 인허가·착공은 주택공급의 선행지표다.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2~3년 뒤엔 공급물량 부족에 따라 집값 급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서울의 경우 착공실적은 1만3726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68% 줄었다.

불안심리가 시장 흔들어...정부 "9월중 공급계획 발표"
“아파트가 빵이면 밤새워 만들텐데”...집값, 폭풍

박 위원은 “공급 불안 심리가 큰 상황에서는 어지간한 대책이 나와도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입주물량 기준으로 집권 후반기를 제외하고는 아파트 공급이 그렇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요 위주의 규제 정책이 공급 감소로 이어져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커졌다. 시장을 옥죈 정책에 이런 불안심리가 확대되면서 주택시장은 경험하지 못한 폭등장을 연출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하락장이 전문가들 예상보다 빨리 반등(?)한 이유도 결국에는 분양가는 더 뛰고 공급은 더 줄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한 몫을 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공급부족 우려는 사실 민간 부문에서 딱히 해결하기 힘들다. PF 부실도 그렇고, 공사비 상승도 그렇고,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공공부문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부는 이달 중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1일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부동산 공급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달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공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공급이 과거보다 위축됐다”며 “민간과 공공 두 개로 나눠 공급 위축 요인을 어떻게 풀어주면서 공급을 촉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공공에서 현재 공급부족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며 “아울러 민간 공급이 살아날 수 있도록 선별적인 PF 지원과 조속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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