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값, 부동산 대책 나와도 더 떨어진 이유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가격 하락 폭도 둔화하고 있지만, 오피스텔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대출·세금·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매력이 더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오피스텔은 취득세 등 세금은 주택처럼 내면서 대출받을 때는 비(非)주택으로 분류돼 대출기한 등에서 ‘역차별’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오피스텔 소유주 사이에서 “서민 주택인 오피스텔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 토막 난 오피스텔 거래량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438건에 그쳐 작년 12월(839건)과 비교해 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37건에서 1317건으로 57%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8일 남았지만,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거래가 급감한 2008년 12월(445건)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피스텔 매매 가격도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2.08로 전월 대비 0.26% 떨어졌다.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작년 9월(-0.08%)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0월(-0.15%), 11월(-0.2%), 12월(-0.24%)로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가 아파트 시장에 집중되면서 매수자들이 오피스텔을 외면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전용면적이 59㎡ 이상인 중·대형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비슷한 평면이지만, 가격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해 집값 상승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떠올랐다. 오피스텔은 청약 통장이 없어도 청약에 신청할 수 있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해 청약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나 청년층도 대거 청약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아파트 규제 완화의 유탄을 맞아 오피스텔 시장은 오히려 더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깡통 전세나 전세 사기 우려 때문에 임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오피스텔 매수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규제 풀어 달라”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에 묶여 ‘거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입신고를 한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은 2020년 8월부터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돼 취득할 경우 유주택자가 되고,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된다. 그런데 대출받을 때는 ‘비주택’으로 분류돼 높은 금리와 낮은 대출 한도가 적용된다. 더구나 지난달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자 아파텔 소유주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
작년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된 것도 아파텔 소유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전체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지 못하도록 DSR 규제가 강화됐다. 그런데 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 대출은 DSR을 계산할 때 실제 상환 기간과 상관없이 만기를 8년으로 고정해서 계산한다. 만기가 줄어들면 DSR 비율이 높아져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아파트와 단독 주택은 실제 상환 기간대로 최장 40년까지 만기 적용이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예컨대 연소득이 6000만원인 사람이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최대 4억1000만원(만기 40년, 금리 5% 가정)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6억원짜리 아파텔을 살 때는 1억5000만원 정도밖에 대출이 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아파텔을 구입한 김모(38)씨는 “대출이 막혀 입주를 못 하고, 매수자가 없어 처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오피스텔을 산 서민은 규제 완화에서 제외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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